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여의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 의사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남자의사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의사직에서 여전히 남성의사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남자의사가 여자의사보다 훨씬 뚜렷한 전공과목 성별분업의식 및 의사직에 대한 성정형화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현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과)는 지난 5월 31일부터 3일간 열린 제21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한국의사들의 성별분업 의식 조사’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의사직과 전공과목에 대한 성전형화 등 한국 의사들의 의사직 내 성별분업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전문의 자격증(박사학위)을 갖고 서울과 부산지역 종합병원(대학병원 포함)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수, 과장, 펠로우 등 311명(남자 196명, 여자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성별분업(남녀 성 차이에 따른 일의 적합성)의식을 묻는 문항에서 남자의사들이 여자의사 보다 성별분업의식이 뚜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직에 대한 성전형화와 관련해 남자의사들은 여자의사들에 비해 ‘의사직이 남성에게 적합한 영역’이고 ‘여성은 감정적이고 후계자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아울러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자신에게 의사를 채용하거나 전공의를 뽑을 권한이 있다면 남자의사를 뽑겠다’고 답했으며, 이같은 남자의사에 대한 선호는 남자의사들 뿐만 아니라 여자의사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전공과목에 대한 성전형화에서 역시 남자의사들이 여자의사보다 전공과목에 대한 성전형화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전공과목별 성전형화 정도와 관련, 남성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본 전공과목은 ‘정형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비뇨기과-일반외과’ 순으로 나타났으며, 여성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본 전공과목은 ‘산부인과-임상병리과-피부과-가정의학과’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높은 직위에 대한 성전형화에서 의사들은 병원장에 남자의사가 더 적합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의사=남자 혹은 여자와 남자에게 맞는 전공과목이라는 인식이 많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직 내에서의 남성중심의 문화와 전공과목에서의 성전형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각 의대 및 의전원에서의 여학생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의사직 내 성별분업문화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의대측은 의같은 변화를 비단 여학생 개인의 진로선택 뿐 아니라 의료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