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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봉직의 입장과 병협 생각과는 다르다”

의료법개정안 반대 “병원자본의 논리와 의사 이해는 별개”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봉직의가 함께 근무하는 동료 봉직 의사들에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담은 장문의 글을 통해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말단 봉직 의사가 다른 봉직 의사들에게-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우리의 이해와 병원협회의 이해는 같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이 봉직의는 의료법개정안의 취지는 한 마디로 ‘의료 상업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했던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의사는 물론 환자, 직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정부의 개정안대로 자본의 논리를 통해 의료 전문화나 직업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봉직의는 최근 한국 병원의 추세는 *대형화 *고가 의료장비 구입 러시 *병원 멀티플랙스화 등이라며 이 같은 경향을 한 마디로 ‘의료의 상업화’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대형화, 기계 의존, 가외의 수익 사업 창출 등은 상업 논리이지 의료의 논리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상업 논리가 의료 영역에 깊숙이 파고 든 것은 정부가 이를 눈감고 용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이미 한국 의료의 방향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고 있으며, 그것은 정부 지출은 최소화한 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의료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만들고 돈 돌아가는 원리와 흐름에 의료의 원칙을 맡기는 이른바 ‘미국식 시장주의적 의료’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라고 말한 그는 개정안의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 *병원경영지원회사 합법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의료기관과 보험회사간의 가격 계약 허용 등은 명백히 병원자본과 민간보험회사만 살찌우는 격이 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가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어 추가적인 부대사업이 합법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해 그만큼 그 절차와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렇게 되면 병원은 부대사업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고 병원협회의 로비에 약한 보건복지부는 병원협회가 요구하는 거의 모든 사업을 부대사업으로 승인해 줄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병원이 이러한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병원을 구조 조정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며 지금도 돈이 안 된다고 필수 진료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과를 폐쇄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전체 병원 구조를 조정하여 부대사업 위주의 틀로 다시 짜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것.

그는 “병원협회의 이익이 곧 봉직 의사의 이익은 아니며 이렇게 되면 병원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병원의 주요 기능인 진료 기능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합법화 역시 이 같은 병원의 돈벌이를 구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에 의하면 병원이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기 위해서는 사업 범위의 확대와 더불어 주식회사 형태의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는데 현재의 법 체계 내에서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것은 불가능하다.

비영리법인은 사업 수익을 모두 자신의 법인에 재투자하도록 되어 있고 과실 송금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병원경영지원회사’라는 새로운 주식회사의 활성화 방안을 통해 병원경영지원회사에 병원이 자본을 투자하고 그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

다시 말해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에 병원경영지원회사 지원도 포함시킨 것이며 병원이 병원경영지원회사에 투자가 가능해지게 되면 병원경영지원회사는 온갖 돈벌이 수단을 개발하고 유포하는 진원지가 될 것이 뻔하다며 병원은 그러한 경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전수 받아 돈벌이 행위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투자자들은 병원의 경영진들과 병원 자본일 것이므로 이들 일부에게 환자의 쌈지돈과 병원 봉직 의사의 노동의 대가가 착취당하는 일이 벌어질 뿐만 아니라 마케팅 기법이라는 명목으로 의료인들에게 환자들을 ‘벗겨 먹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전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동료 의사들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으로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진료 행위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정부의 규제에 눈살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역시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정부 규제와 건강보험의 간섭이 싫다고 해서 시장의 원칙과 민간보험회사의 규제를 선택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봉직의는 “당장은 월급 몇 푼이 더 오르기는 하겠지만, 더 많은 노동을 요구하고, 왜곡된 의료 행위를 강요하는 병원 경영진 밑에서 우리의 진료 행위는 과연 만족스럽기가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따라서 그는 시장의 원리, 이윤의 원리가 최상의 원리가 되었을 때 과연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민간보험회사의 통제가 과연 건강보험공단의 통제보다 약하거나 우리의 전문성을 존중해 줄 것인가 그리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환자들이 돈 때문에 우리에게 진료 받을 수 없는 조건이 확대된다면 과연 우리의 직업 만족도는 높을 수 있을까 라는 매우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법 개정안은 단지 병원 소유 자본과 민간보험 자본만을 살찌울 법안일 뿐 병원에서 봉직하고 있는 의사에게도 나쁜 것이며 우리의 이해는 병원 소유 자본의 이해와 같지 않고 오히려 전체 국민들의 이해와 더욱 가깝다고 밝혔다.

때문에 자본의 이해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야 하며 의사들도 병원협회와 달리 이러한 독소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봉직의의 글은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입수, 전문이 오늘(20일)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