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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교인은 다른 종교를 깔보고
믿지 않는 이들은 믿는 이를 깔보고

정치인은 백성을 깔보고
유권자들은 선량을 깔보고

병원은 약사를 깔보고
아픈 사람들은 의사를 깔보고

교장은 학부형을 깔보고
학생들은 교사를 깔보고

부자는 가난을 깔보고
없는 이들은 가진 사람을 깔보고

욕심 많은 사람들은 대자연을 깔보고
재앙은 겸손치 못한 사람들을 깔보고

신문은 국민을 깔보고
독자들은 기자를 깔보고

오늘도 어김이 없다 하고
깔보다 벌어진 사건들은 지면을 메우고

깔보던 악연도 인연이다 하고
밤하늘 붉은 십자가는 대신 용서를 빌고

-강석, 깔보는 인연-


같은 의료인이라도 의사가 아니면 무시하고
비의료인은 의료인들을 무시하고

정부와 의료계는 견원지간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비웃고

대형병원들은 작은 병원들을 무시하고
중소병원들은 종합병원들을 욕하고

의사는 약사를 무시하고
제약사들은 의사를 속으로 무시하고

보호자는 의사를 의심하고
의사도 환자를 조심하고

욕심 많은 의사들, 또 저런다 욕하고
의사들은 우리만 미워한다 억울해하고

언론은 의료계 난장(亂場)에 신을 내고
네티즌들은 개나 소나 발 기사에 낄낄대고

올해도 어김없이 열리는 그들만의 리그
서로 무시하며 싸우는 일들은 계속되고

겨우 참고 지내는 인연도 인연이다 하고
위급한 신호를 내며 앰뷸런스는 달리고

-작자미상, 의료계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