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서경환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무면허로 말기암 환자 등에게 한약재 치료를 한 혐의(부정의료업자)로 기소된 장병두 할아버지(92)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에 위반되는데다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도 용인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장 할아버지의 의술에 실낱같은 기대를 해온 암 환자와 가족들은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변호인측과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원들은 ‘기본적인 인간의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반발하면서 곧바로 상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유죄
항소심의 핵심은 과연 장 할아버지의 의료행위가 정당했는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 할아버지측은 우선 올해 4월 개정 이전 적용된 구 보검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구 의료법 조항이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법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이에 대해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인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적법한 조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인용했다. “가령 어떠한 시술방법에 의해 특정 질병을 고칠 수 있었더라도 국가에 의해 확인·검증되지 않는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으므로 국가로서는 위험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 의료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무면허 의료행위자 중에서 부작용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더라도 이를 구분하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률·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것은 ‘대안이 없는 유일한 선택’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합치되는 만큼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판결 취지와 의미는
재판부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사실오인을 주장하는 장 할아버지측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시각을 표출했지만 현행법에다 사회통념을 더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재판부는 △의료 행위의 부작용·위험 발생 가능성 △동기와 목적 △의료행위의 횟수 △의료 방법 △지식수준·경력 △일반인의 시각 등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지만, 결국 그의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법을 포함한 법 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의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가장 눈 여겨본 대목은 의료행위의 핵심인 ‘식약의 조제·처방’의 유해성 여부. “아무런 실험을 거친바 없는 데다 피고인이 자신의 식약 성분에 관해 누구에게도 밝히길 거부하면서 비밀을 유지해 간접 검증도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하며 “자신으로부터 치료받는 기간 중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환자의 치료 적기를 놓치게 돼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표출했다.
재판부는 결국 “말기암이나 불치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공동연구의 길을 봉쇄한 데다 의료행위 횟수가 2,601회에 이르고 감기에서 암환자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 점에 비춰볼 때 동기나 목적이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시각으로 결론 지었다.
◆ 네티즌 반응과 전망
이에 대해 장 할아버지측은 “상고를 통해 다시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장 박태식 교수(전북대 경제학부)는 “재판부가 밝힌 불법 민중의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과 의사·한의사 이외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한 의료법 조항은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근본적인 법률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회원들이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생명의술 살리기 모임’ 회원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하며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아이디 ‘해바라기’님은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또 기다려왔건만 1심과 똑같은 판결이라니 항암치료로 병원에 있는 남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해피엄마’님도 “지금까지 이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 보낸 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어찌해야 하나”라며 절망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긴뿌리’님은 “무면허 의료행위 등을 규정하는 의료법 27조이 개정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장 할아버지의 의술을 그냥 신비화시키고 전수할 성질이 아니라고만 치부해 버릴 게 아니라 그의 의술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모으고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이론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디포뉴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새전북신문 김동욱 기자(sonbal@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