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성이 노동조합의 생명선이라면 연대(聯帶·solidarity)는 노조의 추진력이자 최상의 운영원리여야 한다. 보건의료 사용자단체와 19일 산별교섭 협약 조인식을 치른 이주호 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국내 산별노조 가운데 최초로 업종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을 관철시키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에 대해 “연대 정신의 승리”라고 요약했다.
협약 조인식 사측 파트너인 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도 “임금 등에서 정규직이 양보하고, 비정규직이 과욕을 부리지 않은 것이 파업 없이 좋은 결과를 낳은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보건의료 산별교섭에서는 특히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사측이 거부한 반면 노측이 수용함으로써 타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 원장은 “통상 노측이 조정안에 반대하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면서 “중노위가 (노조안에 손을 들어준 조정안을 내놓은데 이어) 중재회부 보류결정을 내려 합법파업의 길을 터주었는데도 노조가 파업을 자제했다는 점에서 노사관계가 한단계 성숙했다고 자부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비율 56%, 보건업 노동자 중 비정규직 32%, 올해 산별교섭 직전 보건의료노조산하 병원 비정규직 비율 20%, 병원별 교섭 후 비정규직 비율 17%라는 성과가 바로 산별노조의 힘이자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런 성과를 사용자들의 비용 손실 없이 얻어냈다는 점도 중요하다. 올해 병원 비정규직업종 임금인상률은 “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을 포함해” 4%(국립대병원)∼5.3%(사립대병원)로 올들어 9월까지 전업종 100인이상 사업장 협약임금인상률 평균 5.0%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산별교섭의 효과가 비용보다 크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을 포함한 14개 병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실장은 “내년에는 우선 건국대의료원, 원주기독병원, 녹색병원 등의 노사가 추가로 산별교섭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 적어도 보건의료산업에서는 산별교섭이 절대적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지부차원에서 이중교섭 금지를 내세우며 ‘핑퐁식 떠넘기기’ 등 불성실교섭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협약조인식석상에서도 “병원 사용자협의회가 의료노사정위원회, 산별중앙노사협의회 등의 일정을 자꾸 늦춘다”고 비판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실제 이날 조인식에는 사립대 병원장들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원장도 “보건의료산업 사용자협의회가 출범한 지 1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사측의 단결력과 구속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는 교섭기간을 좀 더 단축하고 지부별 교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과제”라며 “이를 위해 산별교섭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의제들을 산별과 지부별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