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간 균형을 통한 수가 현실화,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동등계약제의 실현 등의 수가계약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첫 유형별 수가계약이 끝나고 각 단체별로 이와 관련된 평가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공단은 “그동안은 요양기관의 특성과 관계없이 단일한 환산지수가 적용됨으로서 요양기관의 유형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의료의 균형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 있어서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2008년도 수가협상은 요양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유형별 수가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수가계약시 당사자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되고 또 다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넘겨져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단과 달리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입장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며 유형별 수가계약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경쟁력 있는 병원마저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수가 인상률을 수용할 수 없다. 최근 5년 동안의 수가인상률은 평균 3%에도 미달하며, 이는 통계청에서 제시한 보건의료종사자 평균 임금인상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공단은 이 같은 상황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비상식적인 수가인상률을 강요하는 것은 병원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의료 외 수입이나 비급여 등으로 보충하라고 유도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공단을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고 분노하며, “이는 작년 유형별 계약제 도입을 위한 공단의 노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심케 하고, 원가 차이를 반영한 직역간 수가 불균형 해소라는 유형별 계약의 취지와 의료제도의 발전을 위한 수가 현실화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활용을 통한 의료체계의 활성화와 국민의 의료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형식적인 수준의 수가계약 시스템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계약을 이미 체결한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번 유형별 수가계약이 처음으로 시행되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약사회는 단일수가 계약 시 묻어간다는 오해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이번 유형별 수가계약에서 그동안의 오해를 잠재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미 우리는 이번 수가계약에서 수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며, 최초의 유형별 계약을 한다는데 가치를 뒀다”고 밝혔다.
병협 또한, “병원의 경영상태나 수가인상 필요성 여부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공단이 보험재정건전화 차원에서 설정한 목표치를 요양기관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현행 수가협상방식을 즉시 개선해 줄 것”을 촉구했다.
병협의 지적처럼 공단은 수가계약 내내 건보재정의 악화 문제를 협상의 카드로 내밀었던 것이 사실.
공단 관계자는 “우리와 병·의협과는 입장이 다르다. 병원의 살림이 어떠냐는 우리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보험재정을 생각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병협은 ‘공급이 늘었다,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병협은 “국가 보건의료의 건전한 발전과 보험재정 안정화를 동시에 고려해 수가인상의 필요성과 적정 수준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수년 내에 의료공급 체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유형별 계약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직역간 균형을 통한 수가 현실화와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동등계약제의 실현을 위한 수가계약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복지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협 또한 “우리의 주장이 다음 수가계약 전까지 개선되지 않고 또 다시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리한 수가인상률을 강요한다면 병협 회원들은 모든 처벌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결연히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철수 보험부회장은 협상 마지막 날 “내년도에는 올해와 같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우리 또한 올해 처음 유형별 수가계약이라는 것을 경험하다보니 내부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음에는 철저한 준비로 계약에 임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첫 유형별 수가계약은 7개 단체 중 4개 단체 계약체결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만을 봤을 때 첫 수가계약치곤 공단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이었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와의 수가계약 체결이 무산되면서 이와 관련 된 지적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끝나버린 2008년도 유형별 수가계약은 뒤로하고 내년도에 있을 수가계약은 서로에 대한 불신 없이 이견을 좁혀 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