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앞으로 다가올 대선정국을 의식한 듯 각 당의 후보들의 이야기로 언성을 높인 채 별다른 소득없이 끝나고 말았다.
특히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올 국정감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제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점과 대선정국 등의 이유가 졸속으로 끝나는데 한몫 했다는 평이다.
현재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각 정당별 분포를 살펴보면 대통합민주신당 10명, 한나라당 8명, 민주노동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진행과정에서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각 정책적인 문제점 지적보다는 각 당의 후보에 대한 검증공방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건강보험료 미납과 개인정보 열람 등이 가장 큰 화두였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개인정보 유출은 현 정부의 고의적인 행동이었다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감에서 각오한 듯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치부를 드러내는 자리로 국정감사에 임했고, 이에 부응(?)하는 보도자료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대선주자에 대한 개인정보 열람은 2003년부터 올 8월까지 무려 4년8개월 동안 130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대상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대통합민주신당 이해찬·손학규 경선 후보, 천정배 의원 등.
이 중 이명박 후보가 60여 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 박 전 대표 40여건, 이해찬 후보 15건, 손 후보· 천 의원은 각각 7건이었다.
이처럼 각 당이 국정감사에서 대선후보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각축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개인정보 유출 심각성 드러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건보공단과 심평원, 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2006년 정보보안컨설팅 모의해킹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세 기관 모두 내·외부 전산망이 해커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뚫릴 수 있다는 결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 기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분석한 안명옥(한나라당)의원에 의하면 홈페이지에 등록된 회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진료정보, 재산정보, 이메일 등이 모두 포함된 정보를 손쉽게 유출할 수 있었다.
대통합 민주신당 노웅래 의원은 이명박 후보는 2000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2년간 월 보험료를 1만3160원에서 2만3590원 수준으로 납부, 그런데 당시 신고된 재산이 175억원에 이르는 이명박 후보가 어떻게 2만원 대의 건보료를 낼 수 있었을까?라고 비꼬왔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가 알려준 건보료 적게 내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국감에 임했다. 노 의원은 이명박 후보와 같이 건보료를 적게 내는 방법으로 ▲첫째, 본인과 가족 명의의 재산이 많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직장가입자’에 편입 ▲둘째, 직장가입자로 편입하는 방법은 이명박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개인사업장’을 내고 가족들 중에서 1명을 직원으로 채용(등록) ▲셋째, 사업소득은 최소한으로 신고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또한 건보공단은 건보공단 직원들의 기강해이 및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으며, 민간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위를 저지르고도 ‘직원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과 공단이 과오납금을 확정해서 환급하는 사례는 2004년 1175만건, 2005년 973만건, 2006년 1032만건으로, 경제활동인구(3800만명) 4명중 1명 꼴로 과오납금 발생 등이 지적됐다.
심평원 선택진료·진료비 부당-과다청구 지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건보공단과 마찬가지로 홈페이지 내에서 개인정보를 손쉽게 유출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진료비의 부당-과다청구, 선택진료비 등이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됐다.
올 국감 이전부터 선택진료비 문제를 지적했던 현애자(민주노동당)의원은 “올 상반기 중 환자가 선택진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진료비를 냈다가 환불받은 금액이 5억3300만원”이라며 2004년 268건, 6800만원이 환불된 것과 비교했을 때 환불 건수는 4배, 환불금액은 무려 8배나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노웅래(대통한민주신당)의원은 심평원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 6개월간(2004~2007.6) 진료비 확인신청 민원을 통해 요양기관이 환자에게 환불한 진료비는 총 138억 8000만원(1만,18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 의원은 “심평원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요양기관이 환자들에게 과다한 본인부담금을 부과한 것을 심사해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요양기관을 견제·감시”라고 지적했다.
정화원(한나라당)의원에 의해서 심평원은 처방건당 약품목수가 11품목 이상인 명세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약 93%의 처방전에서 부적정한 사례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심평원은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사나 약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부적절한 약품 사용을 적발하고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심평원의 심사방식을 진료에 따른 명세서별 심사방식에서 환자별 심사방식으로 바꾸는 방안”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심평원이 장복심(대통합민주신당)의원에게 제출한 ‘전체 요양기관 대비 현지조사 실시현황’을 보면 전체 요양기관대비 현지조사 실시비율이 2002년 1.04%, 2003년 1.03%, 2004년 1.10%, 2005년 1.21%, 2006년 1.13%, 2007년 7월 현재 0.54%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공립병원이 선택진료비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김충환(한나라당)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료비확인신청제도를 통해 전체 의료기관에서 환불된 진료비는 총 48억8120만4000원(7363건)이고, 이 중 국공립의료기관에서 환불된 것은 총 11억3615만5000원(847건)으로 전체 금액의 23.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료비 중 과다본인부담금, 즉 보험급여를 제외하고 환자 본인에게 부당하게 부과됐다가 환불된 진료비도 3년간 전체기관 총 48억8120만4000원 중 국공립의료기관이 11억4140만원으로 23.4%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병원은 부채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명옥(한나라당)의원은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04~07 국공립병원 운영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123개 국공립병원(총 158개)의 부채가 03년 7276억, 04년 8762억, 05년 9384억, 06년 1조188억원으로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도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끝이났다. 제17대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국감이 진행되는 내내 기대는 사라지고 우려만 남기고 끝나, ‘졸속’이었다는 지적을 피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