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밤낮으로 부는 계절,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벌벌 떠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김민수(48세, 가명)가 그 대표적인 예.
지난 1일, 병원을 찾은 김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인 남자를 어린아이처럼 울게 만든 질병은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뜻을 가진 통풍(痛風). ‘악마가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통증이 심하다 하여 ‘병의 왕’이라고 불린다.
90%이상 엄지발가락이나 발목관절에 이상 증상
주로 급성 관절염의 형태로 나타나는 통풍은 90% 이상이 특징적으로 엄지발가락이나 발목관절에 이상 증상을 보인다. 대개 급성 발작은 갑자기 관절이 벌겋게 부으면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10일 이내 사라지나 시간이 갈수록 재발 빈도가 잦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립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윤강섭 교수는 “통풍성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두면 관절 주변뿐 아니라 귓바퀴와 심장 판막 등에도 침범할 수 있다”며 “만성적인 관절 통증과 변형이 초래돼 치료가 어려운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예방과 더불어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통풍의 원인은 요산
통풍은 주로 관절에 요산이 침착돼 통증을 일으키는 일종의 관절염이다. 요산은 퓨린이라고 하는 천연화합물의 최종 분해산물단백질로 신체 대사 후 남는 찌꺼기라 할 수 있다.
혈액 내 요산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요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배설에 잘 안되거나 체내에서 요산이 너무 많이 생성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혈중 요산수치가 높으면 관절이나 다른 조직에 관절통을 일으키거나 여러 이상을 유발한다.
하지만 혈중 요산 수치가 높아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기도 하는데,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부에서는 여러 조직에 침착하여 관절염이나 신장결석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기와 술, 과로 멀리하고 약물치료 받아야
통풍으로 진단받고 요산 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면 장기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이때는 요산 생성을 억제하거나 요산을 배설하는 약물을 쓰게 되는데 이것 에도 평소에 식습관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 육류와 음주를 즐기는 왕들의 습관은 통풍을 유발, ‘병의 왕’ 통풍을 ‘왕의 병’으로 불리게 만들었다.
이처럼 술은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켜 배설을 억제하므로 급성 통풍 발작을 증가시키는 위험한 식품이다. 특히 맥주에는 다른 술에 비해 퓨린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통풍 환자라면 마시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서울의대 윤강섭 교수는 “과잉 영양에 의한 과다한 단백질, 지방 섭취가 요산 수치를 오르게 한다”며 “요산을 생성하는 맥주와 같은 고퓨린 함량의 식품을 피하고 요산 배설을 촉진시키는 식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통풍은 더 이상 왕의 병만이 아니다. 우리 삶에는 생각보다 퓨린이 들어간 식품이 많은데 하루 평균 2~3리터 정도의 물과 음료의 수분 섭취로 요산 수준을 낮춰 통풍을 예방하는 바람직한 생활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