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를 맞은 의료기관평가 시행 중에 불법, 편법 난무 등으로 과연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종합전문요양기관 43개소와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43개소 등 총 86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2주기 의료기관평가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의 기본적인 목적에 대해 “의료기관평가는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의 자발적 질 향상 노력을 유도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 소비자의 알권리를 증진”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평가 기준은 학계 및 의료계 전문가 자문과 대상병원 의견수렴을 거쳐 수립되며, 의료기관이 적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의료기관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병원은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평가단에 향응을 제공하는 등의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즉,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받기 위한 'SHOW'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
이는 1주기 평가 때 지적됐던 편법파행 사례들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동안의 지적을 살펴보면 직원들의 업무 가중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비번자 근무, 휴가 금지 등 파행 연장근무 강요, 직원을 환자보호자로 둔갑, 예약환자 줄이는 등 편법 사례, 임상 질 측정 파행 운영, 임시인력 고용(7/16, 43%) 순으로 편법 등이다.
그러나 이번 2주기 의료기관평가에서도 아무런 변화 없이 1주기 때의 지적들이 고스란히 이루어졌다. 실제 얼마 전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병원, 속 보이는 친절’을 통해 현재 의료기관 평가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폭로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일부 병원에서 의료기관평가에 대응한 일시적 조치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평소 양질의 진료환경을 구비하지 못한 일부 병원이 단기간 내 평가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사례”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실제 병원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말하는 의료기관평가에 대한 반응은 평가가 가지고 있는 ‘질 향상’과는 다소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가를 받았던 B병원의 간호사는 “한 번더 이런 식의 평가를 받으라고 하면 차라리 병원을 그만 두겠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 간호가사 이 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의료기관평가를 위해 6개월 준비기간 동안 수시로 조기출근, 3~4시간 연장근무, 9일 연속 근무, 평가대비 소책자 암기 강요, 예상 질문에 대한 암기사항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큰 사고라고 낸 듯 사직을 종용하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C병원 모 간호사는 평가 기간 동안 병원과 상사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평가 후 병원을 사직하는 사례도 있으며, D병원의 경우 노동강도 강화로 임산부 간호사의 양수가 터져 응급실로 긴급 호송되는 사람 잡는 평가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지적되자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실태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노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병원들이 평가를 대비해 6개월 이상 준비, 실전과 같은 모의평가를 최소 2회 이상 실시하면서, 기본적으로 평가를 위한 직원대상 모의시험을 6~8회 이상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적의 평가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규 입원 환자를 미루거나 기존 환자를 퇴원시키고 (특히 병원에 불만이 많은 일명 안티환자는 거의 퇴원시킴), 외래 예약 환자는 줄이고, 평가당일 에는 오전 근무자는 물론 오후 근무자와 비번자(휴가자)까지도 전원 출근, 근무시켰다.
오죽하면 한 병원의 간호사는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간호사가 있는 이유는 사인 받기 위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간호사실에서 입원 수속하면서 “내일 수술시간은 몇 시 인가요?”하고 물어보니 “그건 이따가 회진 도실 때 담당 선생님께 물어보시고요 일단 이 서류에 사인부터 하시죠” 그러더군요. 환자의 권리니 그런 서류, 금연 서약서, 수술 절차 있는 용지, 퇴원 후 먹을 음식 용지 등 주시면서 또 말씀하시더군요. 사인하라고…. 다음날 수술하고 입원실로 올라오니 무슨 종이인가 내밀면서 4군데 사인하라고 하시더군요. 설명은 천천히 해 주시겠다고 하면서 저 또 사인했습니다…. 간호사는 싸인 받으려고 있는 사람들인가요? 감사고 뭐고 좋습니다. 사인 받을게 있으면 사인 받으셔야죠. 하지만 그전에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 주는게 순서 아닐까요?“
아울러 평가를 받은 한 병원의 경우 의료기관평가단 도착 시 의료원장까지 직접 나가서 맞이하는 것은 물론 모든 병원 관리자급 이상이 나가 꽃다발 증정식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평가기간동안 인근 최고급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밤에는 평가단에게 고급음식을 접대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간 평가단 품평회 때 영양사 출신 평가단원은 "평소 이 병원의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너무 융숭하게 대접을 해주어서 기회를 갖지 못했다"라는 소감(?)을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다른 병원은 평가단원용 실내 슬리퍼는 물론 개인 선물까지 맞추어 준비했을 정도.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가 이루어지기전 “만약 평가과정 중에 의료법 등 관계법령에서 규정한 불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근거 규정에 의하여 엄중 조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지만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조치도 없는 상황이다.
의료의 질을 평가한다는 의료기관평가가 평가를 받는 병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과연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