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2주기 의료기관평가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으나 평가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수준의 평가를 통해 서비스 수준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복지부의 생각과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2주기 평가에서는 지난 1주기 의료기관평가에서 지적됐던 것들이 고스란히 뒤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2주기 의료기관평가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력 문제이다.
인력난과 관련된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평소 4명이 근무하던 병동에서 기본으로 2명이 추가됐고, 이어서 3명의 중간번이 투입됐으며, 오후에 나올 이브닝 근무자 4명이 일찍 출근해 같이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평소 4명이 근무하던 이 병동은 평가당일 최대 4+2+3+4 = 13명이 근무하게 되어 평소보다 300%이상 인력이 투입되어 근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의료기관들이 의료기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병원의 명성과 환자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과잉의욕 때문이다.
이에 보건노조는 “병원들을 무한경쟁에 내몰고 있으면서 복지부는 불법, 편법에 대해 말로만 엄포만 놓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와 병원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잘못된 제도로 인해 엉터리 평가에 억지로 내몰리는 병원 경영진도 또 다른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의 병원 간호 인력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최저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 급성기병상 1병상당 간호인력은 0.21명(‘05년)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OECD 평균 0.99명에도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1병상당 간호인력은 1.36명, 영국 1.7명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3교대 근무형태를 감안할 때 1병상당 담당 간호 인력은 0.07명으로 간호사 1인당 14병상을 담당하는 격이다.
따라서 이런 편법사례에 대해 병원의 도덕성을 질타하기 전에 평가기준을 맞출 수 없는 평소 인력수준에 총체적인 문제 제기가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병원인력난과 관련해 보건노조는 “의료기관 평가당일 수준의 질 높고 수준 있는 의료서비스가 평소 제공되려면 단순히 파행편법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정인력 확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적극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법 개정을 통해 병원 인력 기준을 대폭 강화하거나, 간호수가차등제 개선, 수가 협상과정에서 인력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통해 인력충원방안을 적극 모색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실제 평가를 받는 당사자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해 의료기관평가를 수행하는 것은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며 의료계와 국민의 불신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함으로서 단기간에 의료기관들의 참여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의료기관내부의 참여 동기와 지속적인 제도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의료정책, 건강보험제도 등과 연계된 원활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제도자체에 대한 불만을 가속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평가 주체에서 정부 또는 정부출연기관은 배제하고, 의학회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진행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적지 않다.
아울러 2주기 의료기관평가에서부터 도입 ‘임상질지표’의 필요성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의 질적 수준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를 도입해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질 개선 유도 및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유용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며, “병원간 또는 지역간 의료의 질을 연속적으로 비교 가능하게 하고, 향후 의료관련 정책 추진 시 합리적인 근거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병원계는 ‘임상질지표’의 경우 “영역별, 지표별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학계와 현장 모두에게 얻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가 정책명분을 갖추기 위해선 충분한 시행여건을 지원조성하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2주기 의료기관평가에서 평가방식을 개선한다며 평가기간 중 2인의 면담조사요원이 입원ㆍ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면담 조사하던 환자설문 방식에서, 퇴원환자에 대한 전화설문 방식으로 개편해 표본수부족, 조사당일 병원의 과잉대응, 면담조사원의 주관개입 가능성을 최소화 한다는 내용을 밝혔으나 실제 평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잘못된 평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평가 기준에서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내부직원 만족도 조사와 함께 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과 인력 적정성 평가를 대폭 강화
▲일상적인 병원의 시설과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게 병원규모에 따라 평가기간을 2~5일로 달리하고, 사전예고 없이 불시에 불규칙적인 평가
▲의료기관평가 담당기관을 지금의 정부와 병원협회가 아닌 제 3의 독립기구로 하고 보건복지부ㆍ보건의료노조ㆍ시민사회단체ㆍ환자소비자단체, 공익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의료기관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기준, 방법 등 평가 사업 전반 재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