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총진료비의 증가를 가중시키고 있는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불제도와 연계된 만성질병 평가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는 ‘의사개인의 기술문제’ 차원이 아니라 사회와 제도, 그 구성원의 가치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내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식기반팀 김재용 연구원의 ‘비용증가 억제를 위한 규제로부터 환자선택(patient`s choice)과 가치구매(value-based purchasing)로의 전환’이라는 보고서에 의한 것.
현재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만성질환의 경우 과거 10년간 고혈압 환자수는 3.2배, 당뇨병 환자수는 2.9배 증가했다. 고혈압 주부상병 총진료비는 1995년 3593억원이던 것이 2005년 3조2439억원으로 9배나 증가했다.
당뇨병 주부상병은 총진료비는 1995년 2142억원에서 2005년 1조 7120억으로 8배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료비는 16조 5000억원에서 48조 1000억원으로 2.9배 증가,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6조 1400억원에서 24조 8000억원으로 4배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처럼 만성질환자의 의료비 증가는 인구노령화→ 만성질환의 창궐→ 의료비 급증이라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용 연구원은 “과거 유럽국가들의 보건의료체계는 공공부문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보건의료체계개혁의 초점은 공공부문의 개혁이었고 이를 시행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민간의료가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는 서구국가들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들을 취할 기반이 있는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평가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뇌졸중과 심근경색에 대한 평가는 심평원 이외에도 중앙응급의료센터, 질병관리본부, 병원평가, 지역응급의료평가, 뇌졸중 임상실험센터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총진료비의 1/5을 차지하는 당뇨병의 경우는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용 연구원은 “이처럼 뇌졸중과 같은 것의 우선 평가는 아마도 미국 CMS의 평가를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전체적으로 주된 평가대상은 일차의료였으며 공공보다 민간에서 적어도 10년이상 앞서있다. 이런 것을 고려했을 때 우니나라의 건강보험 급여범위와 문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질병들이 평가의 우선순위상 앞서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와 같이 흔하고 적정관리의 효과가 높은 질환들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지지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평가 및 질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만성질환에 대해 포괄적·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동의할 수 있어도, 보험수가는 심사조정 등 현실문제 때문에 변화가 어렵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재용 연구원은 “만성질환자를 아무리 잘 관리해도 그로 인한 환자의 건강개선이나 사회적 비용절감이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기에 오히려 그 시간에 환자 한명을 더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시대적 상황으로 보았을 때 만성질환관리의 모형은 진료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개별환자에서 임상역학적 관점으로, 경험주의적 관점에서 근거기반 의료, 치료중심에서 건강결과와 예방의 중시 등으로 변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하게 만들어진 모형이 ‘만성질환관리모형(Chronic Care Model; CCM)’이다. CCM의 핵심개념은 지역사회와 보건의료체계가 협력해 ‘잘 이해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 환자’와 ‘준비되고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는 의료진’을 만들자는 것.
김용재 연구원은 “이제 누가 서비스를 제공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환자에게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함에 있어 의료전달체계, 주치의제도, 환자등록, 사례관리 등 교과서적인 기존방안들을 자기중심으로만 추진하려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변화된 환경과 환자들의 요구를 보다 진지하게 검토하고 창의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들이 더 필요하다는 것.
김용재 연구원은 “만성질환 관리체계의 문제해결의 핵심은 이제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니라 질(또는 가치)에 따라 구매하겠다는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불제도와 연계된 만성질병 평가사업을 실시한다면 이는 단기적으로 평가의 범위를 확대해 국민이 의료서비스 질 관리를 체감하게 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실패했던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환자들 중심으로 다시 구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의 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