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설계사(RC)들은 장기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5백원씩을 모아 성금을 조성한다. ‘많은’ 이의 ‘작은’ 마음이 모이면 또 얼마나 큰 에너지가, 시너지가 발생하는지… 2005년 6월 이렇게 시작된 ‘500원의 희망선물’(이하 ‘희망선물’)은 3년동안 54차례의 ‘희망’을 ‘선물’했다. 6월에는 한양대학교 병원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삼성화재 이수철 차장이 밝히는 희망 스토리다.
희망선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업현장에서 우리 설계사(RC)들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회사차원으로 가져가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설계사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다.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문제를 많이 접해 본 설계사들이 많아서인지 처음에는 장애우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온돌문화, 문턱, 그리고 화장실. 장애우들에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하나씩 고쳐주자는 의도로 시작을 했다.
그때가 2005년 6월 이었는데, 우리가 장애문제에 접근된 것이 없어서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이하 ‘먼저본부’, 이사장 이수성)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해 7월 희망선물 1호를 전달했다
희망선물을 받는 사람은 어떻게 선정하나?
이야기한대로 우리는 장애문제에는 그다지 접근이 돼 있지 못했다. 그래서 먼저본부에서 수혜자를 선정한다. 물론 추천은 사내 홈페이지, 설계사, 그리고 먼저본부 등에서 받는다.
장애우 주거환경 개선이 출발점이지만, 지금은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건별로 심사해 필요한 경우에는 희망선물을 드린다. 지난번 한양대 병원학교도 그렇고, 강북구의 장애우 시설 ‘동천의 집’, 천안 나사렛대 장애우용 컴퓨터방 수리 등이 그런 케이스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빛도 되고 그림자도 될텐데?
철저하게 자발적인 활동으로 가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회사가 하는 일이라면 오해도, 말도 많을 테지만, 우리나 수혜자나 모두 자발적으로 하는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잡음은 거의 없다. 심지어 감사패를 받아도 회사가 아닌 설계사 이름으로 받아온다.
본사에서도 물론 지원은 해준다. 전담직원 2명을 배치해 건축관련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매칭펀드를 조성해 설계사의 기부액만큼 회사도 돈을 낸다. 이 부분은 설계사들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 활동만큼은 최대한 자발적인 활동으로 끌고가야 한다. 회사는 필요한 지원만을 해주는 것이다.
희망선물이 다른 사회공헌 활동과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집 한번 고쳐주고’ 끝내지 않는다. 수혜자 가정은 지역의 설계사 자원봉사팀과 연을 맺는다. 그들은 말벗도 되고, 도시락도 가져다 드리고, 김장도 담가드리면서, 좋은 이웃으로 살아간다. 사소한 것들이 반복되면서 끈끈한 정을 쌓아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비포 앤 애프터’ 시스템이다. 우리 전담팀은 공사 후에도 가정을 매년 방문해 하자나 애로점을 고쳐주고 있다. 올 초에는 46집을 도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 내년에는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수혜자들이 우리 이웃으로 밝게 살아가는 희망을 갖기를 바랐는데, 결과적으로는 우리도 희망을 봤다. 이것이 시작되면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또 수혜자 신청을 늘리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어느 계열사는 몇억짜리 집을 지어주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10분의 1 비용으로 몇십배의 희망을 얻어 온다.
앞으로 희망선물에 ‘희망사항’이 있다면?
언젠가는 우리 희망선물이 100호를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장애우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자료를 축적했다. 한옥, 아파트, 휠체어용 경사로도 작업해 봤고, 심지어는 싱크대 높이를 낮추면 수압문제가 발생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 자료집을 만들고 싶다. 우리와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고, 건축을 공부하는 분들이나 유관단체에는 요긴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아는가? 어르신들이 겪는 주거환경의 문제는 장애우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 활동이 고령화사회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한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