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이 행정법규 위반에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객관적인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면 행정법상 제재조치가 부과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행정법규 위반에는 고의나 과실을 요하는가?’라는 판례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판례에 의하면 행정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이를 강제적으로 실현해 행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관한 것이다.
A의원의 대표자 원고 Q씨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현지조사에서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는 1년의 업무정지처분이 부과되는 중대한 위법행위이다.
1년의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원고 Q씨는 자택 이사 과정에서 수납대장을 찾을 수 없게 돼 제출하지 못했을 뿐 고의로 제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는 대법의 판례를 예로 들었다.
따라서, “자택 이사로 인한 이삿짐 미정리 등 개인사정으로 인해 이를 제출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평원 변창석 법규ㆍ송무부장은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행정법과 형사법의 차이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어떤 위반사실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모두 규정돼 있을 경우, 위반자가 전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러한 위법행위를 한 것이 입증된다면 벌금형・징역형과 같은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겠지만 업무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은 면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행정법규 위반에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객관적인 위반사실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행정법상 제재조치가 부과될 수 있다. 원칙은 형사제재와 행정제재를 구별하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고 일반적으로 착각하기 쉬운 점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변창석 부장은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대표자, 종사자는 자신의 고의, 과실과 상관없이 법위반 사실이 발생하면 그에 상응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유념하고 항상 관련 법령과 기준에 관심을 기울이고 준수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