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기등재약목록정비사업이 진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며 건보공단 양대 노조는 사업 주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서비스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동조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가관리가 제약사의 로비창구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양대노조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 주 정형근 이사장이 제기했던 “약가결정 공단으로 일원화”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대 노동조합은 “현금자동지급기!, 2000년 통합 이후 건보공단에 붙은 이름”이라며, “거두어들인 수십조원의 보험료를 심평원의 진료비심사결정에 따라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것이 공단기능의 전부”라고 성토했다.
건보공단 양대 노조의 현금자동지급기 주장은 심평원이 신의료기술, 치료재료, 약제의 경제성평가, 보험적용여부와 적정성평가 권한 등 건강보험의 중추적인 역할을 관장하고 있다는 해석에서 이다.
노조는 “심평원은 철저하게 의약계 등 의료공급자와 소통하며 그 입장을 대변하는 구조”라며, “심평원은 보험재정에 대한 부담도, 책임도 없다. 그 속의 약제급여평가위원들 대부분이 의약계단체 추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제약회사의 로비창구로 비난받는 평가위원회에 약가재평가를 맡김으로 인해 시행 3년이 되도록 약가거품이 제대로 걷힐리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보험재정을 책임진 공단의 주관 아래 약가업무를 수행했더라면 10조원의 약제비에 낀 수조원의 거품을 제거하는 속도와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심평원의 경제성평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공단 노조의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지난 2006년 복지부가 신약 등 일부품목의 약가에 대해 심평원이 아닌 공단이 협상을 담당하도록 한 뒤에 나타난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노조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공단이 완료한 111건의 약가협상에서 심평원이 경제성평가로 결정한 예정가를 85%로 낮추어 연간 180억원을 절감했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는 “수조원의 약가거품 중 새로운 신약에만 제한된 공단이 약가협상에서 절감할 수 있는 액수는 점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약가거품 제거의 핵심사업인 1만5000여개의 약가재평가사업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단 노조는 “이를 위해서는 심평원의 경제성평가 등을 포함한 제반약가관리 역할은 근본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심평원이 의약공급과 관련된 제반업무를 장악하고 있는 한 약가거품은 제거될 수 없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형근 이사장을 필두로 건보공단 양대 노동조합의 이같은 압박에도 심평원 묵묵부답. 심평원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약가문제를 둘러싼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모습이 내부갈등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데 있다.
공단과 심평원의 주무기관은 내부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