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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감기냐? 신종플루냐? 기준 모호해 갈팡질팡”

[기획]개원가, 지역감염 포함된 진단기준 제공 요구

“내원환자의 절반 정도가 열을 동반한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데 의심 전력이 없는 이들을 무작정 보건소로 전원 시킬 수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신종플루에 의한 국내 첫 사망 환자의 발생으로 보건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정작 의심환자를 최초로 대면하는 1차 의료기관에서는 의심환자 진단 기준이 모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 개원가에 따르면 신종플루 사망환자 발생 이 후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 상당수가 신종플루에 대해 문의하거나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며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해외여행 전력 등 신종플루 진단기준과 증상만을 토대로 했을 때 보건소로의 전원 결정이 쉽지 않았다.

특히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을 통한 신종플루 환자의 사망 이 후 환자와 이들을 진료하는 의료진의 불안감이 극대화 돼 있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그 어떤 지침도 없다는 게 개원가의 전언이다.

서울 강남의 A내과는 신종플루 사망 환자 발생 이후 증상을 묻는 내원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 들 중 실제 몇몇 환자 가운데에는 신종플루의 대표적 증상과 흡사한 열과 인후통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문진결과 이들은 의심기준인 37.8℃ 이상의 열을 기록하지 않았고 신종플루의 위험요인인 해외여행을 다녀온 전력이 없고 주변가족들에게서도 의심할 만한 점이 없었다. A내과 원장은 일단 단순 감기로 인한 발열일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결국 며칠 더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환자를 돌려보냈다.

A내과 원장은 “진료 내내 이런 환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지만 신종플루 진단기준에 부합해 보건소로 확실히 전원 시킬 만한 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망환자 중 한명은 해외여행 전력이 없고 단순 감기로 판단될 정도의 증상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보다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요건이 강화된 진단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구 B의원 역시 감기 환자의 내원이 많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열을 동반하고 편도선이 붓는 등의 신종플루 의심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들은 대부분 해외여행 전력이 전무했고 가족들의 병력도 깨끗해 단순 감기인지 혹은 신종플루 초기 증상인지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것 같아 내일 다시 경과를 살피기로 하고 되돌려 보냈다.

B내과 원장은 “처음에는 해외여행 전력이 있거나 의심 인자를 가진 이들과의 접촉 유무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어 큰 혼란이 없었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이후로는 단순 감기와 신종플루를 구별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신종플루의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1차 진료기관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의심 환자의 보건소 내원에 대한 진단기준 강화와 보다 안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보건 당국은 17일 오후 신종인플루엔자A(H1N1) 확진검사의 보험적용범위를 '환자와 접촉했을 때 등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서 '급성열성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 확대하고 검사에서의 보험적용 기준도 종전보다 확대됐다.

또한 의심이 가는 환자의 경우 일반 동네의원에서도 검체를 채취해 전국 지정 의료기관과 위탁임상병리기관으로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결정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다른 개원의는 “생명의 위협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검사를 확대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검사의 남용으로 환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비용의 낭비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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