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가 26일을 기해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구의사회의 도드라진 특징을 꼽자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었다.
의료전달체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가운데 구의사회, 일선 개원의들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이탈로 인해 경영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의 어려움은 구의사회 총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개원가, 대형병원-보건소와 경쟁…너무 힘들다
서울시 25개 모든 구의사회는 시의사회 건의사항으로 하나같이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꼽았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으로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원가의 기대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경만호 회장은 한 구의사회에 참석해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해 복지부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현재 1, 2, 3차 요양기관종별 표준업무 범위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의협과 논의 중에 있다. 개인적으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올해 안에 반드시 해결하고 싶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노원구의사회 장현재 회장은 “지금 우리 의료계는 대형병원이 감기, 만성질환자 등을 모두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으로 개원가의 경영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성북구의사회 역시, 1일 30명 이상은 차등수가를 적용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하고, 3차 의료기관 외래진료 금지 및 환자 되돌림 의무화를 명문화하고 환자 선택시 100% 본인부담으로 하는 등을 건의했다.
이외에도 구의사회에서는 날도 거대해지는 도시형 보건소의 진료확대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형병원과의 경쟁도 어려운 상황에서 보건소까지 경쟁상대로 전락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송파구의사회 윤석중 회장은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일반인 진료 확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서울시의사회 나현 회장 또한 “의원들은 너무 힘들어지고 보건소는 날로 비대해지고 있다. 1차 의료기관과 경쟁구도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보건소의 역할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각종 언론이나 정부의 태도가 모든 원인이 의료계에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구로구의사회 김교웅 회장은 “평균수명 증가와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증대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급속도록 증가돼 생기는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마치 의료계에서 챙기는 리베이트 때문이라고 국민들에게 호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구의사회는 총회에서 ▲수가 현실화 ▲원격진료 ▲단골의사제 ▲의약분업 재평가 ▲비급여고지 폐지 ▲부당하고 불필요한 고시 폐지 ▲사무장 병원 단속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중지 ▲초·재진 판정고시 변경요구: 30일 이후 내원시 초진 인정 ▲65세 이상 노인 정률제 인상 등을 시의시회에 건의했다.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이라 생각해야
아울러, 구의사회가 시의사회에 건의한 수가현실화 부분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와 연계된 의견들이 거론됐다. 이와 함께 수가협상시 부대조건인 약제비 절감 부분에 대한 회원들의 독려도 적지않았다.
실제 이와 관련해 경만호 회장은 총회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의 시행이 병원과 약국에만 (마진)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그러나 절감되는 약제비를 향 후 의원의 수가인상으로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정부쪽에 받은 상태”라며 개원가의 실익 보장이 가능한 제도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 전망을 밝게했다.
뿐만 아니라 의사협회는 물론, 서울시의사회, 구의사회 모두 회원들의 회비 납부율이 점차 저조해지는 것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중랑구의사회 박상호 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각 시도의사회와 구의사회 모두 회원들의 회비 수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수회원들에 대한 표창을 강화하고 성실 납부자에 대해서는 회비 차등징수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원가는 현재, 경영 문제와 제도의 구조적 모순들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회원들 간의 단결’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구의사회 총회에서도 한 목소리로 ‘단결’이 주문됐다.
구의사회에서는 의료계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의료계대표라는 심정으로, 회무에 참가하고 또 각종 현안과 정책을 파악해 단합하자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결국, 모든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
구로구의사회 김교웅 회장은 “궁긍적으로 제대로 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계 먼저 단합하고 화합해야 한다”면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집행부에 힘을 보태고 적극적으로 모든 일에 참여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