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의 대표성을 두고 미묘한 대립 구도를 그려왔던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의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측에서는 갈등의 해결방안으로 의사회의 명칭 변경 중재론을 제시 했지만 이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의원회서 부결돼 이와 같은 반목은 앞으로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단적인 사례가 지난 18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가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여실이 드러났다. 학회 측의 반대로 대학교수급 연자가 한명도 초청되지 못하는 등 두 단체의 반목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극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산의회 관계자는 “학회와의 갈등으로 연자를 초청하지 못해 이번 학술대회 포맷 변경을 고민할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고 말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미 산의회는 지난 수차례의 학술대회에서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단체 명칭 문제로 인해 학회와 갈등을 겪으며 연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은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낙태를 비롯한 산부인과의 각종 현안이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며 이와 같은 갈등 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학회 교수진들의 개원의 학술대회 참여 보이콧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학회는 앞서 산의회 측에 공문을 발송해 “국내외 여성의학과 모자보건 발전을 위하여 매진하고 국내 전체 산부인과 전문의 및 전공의 7천여 명으로 이루어진 산부인과 대표 단체는 학회”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낙태와 관련된 문제 상담 등에 있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의 명칭 혼돈에 주의를 당부한 적도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와 같은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 방안으로 산의회 측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로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의회 제 12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명칭변경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이 역시 대의원 투표 결과 명칭 변경을 원하는 득표수가 전체 표의 2/3를 넘지 못하고 부결에 그쳐, 산의회와 학회 측의 갈등구조는 앞으로도 지속 될 가능성이 크다. 산의회는 정관상 총회에 상정 된 안건을 결의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의원 득표수가 전체의 2/3를 넘어야 한다.
산의회 관계자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일선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참여하는 모임이기도 하지만 봉직의를 비롯해 대학병원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우리 모두 학회의 한 회원인데 우리의 학술적인 요구를 학회가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산의회 관계자는 또한 “산부인과 대표성 얻기 위해서는 학회가 스스로 노력해 국민들을 위해 다양한 파트너쉽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사회의 명칭이 산부인과의사의 대표성을 나타낸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