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으로 ‘일차의료 강화’부분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은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 심사평가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제17회 심평포럼에서 제기됐다. 이번 심평포럼은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과 시사점’을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으로 일차의료 강화와 함께 의료비 증가부분에 대한 통제 등을 꼽았다.
발제자로 나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으로 △급증하는 의료비 △부적절한 의료의 질-의료비 지출≠건강수준 향상 △의료의 질과 비용의 변이-비용과 질의 상관관계(-) 등을 꼽았다. 특히 김윤 교수는 미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의 주요전략과 우리나라 건강보험 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표류하는 단골의사제, 시범사업 수준의 만성질환관리사업, 치료서비스 중심의 의료체계, 매우 제한적인 연구와 시범사업, 의료기관간 무한 경쟁으로 인한 전달체계 붕괴,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 병상 집중, 지지부진한 지불제도 개편 논의 등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개혁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질이 높지 않은 상급종합병원에 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지불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울산의대 조홍준 교수는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으로 일차의료 강화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홍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일차의료를 강화해야만 한다”면서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살펴보면 일차의료 내용이 있다. 일종의 단골의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정부의 지원 아래 학회들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홍준 교수는 “미국의 개혁안에는 일차의료 수련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의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일차의료과에서 부족하다고 하지만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주치의제도는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미국의 일차의료 강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KDI 정완교 연구위원 역시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완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보험이 운영되고 있어 보험간 이동이 없으므로 미래의 의료서비스 비용의 절감을 위해 예방, 일차의료 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정완교 연구위원은 “국내는 의료수가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비용통제로 인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의사 면허제 갱신, 의료기관평가 등을 통한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면서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는 진료시간을 줄이고, 약품소비를 늘리며 비급여 부문을 확대시키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의사들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약품소비를 증가시키고 비급여 늘려나가는 형태이다. 따라서 포괄수가 등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이 주는 시사점으로 “시장주의에 의한 의료 서비스는 지속성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신영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살펴보면 의료보험거래소를 설립해 민간보험과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수가, 보험료, 급여범위 등을 연계한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단일보험자 건강보험 체계인 우리나라는 효율성 측면에서 항상 경계를 개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영석 연구위원은 현재 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낮은 부분도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진료비가 년 평균 12% 이상씩 증가하는 등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신영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낙관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정한 지불보상방법, 합리적인 부과체계, 효율적 관리운영 시스템의 설계 등 선제적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