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의 비급여 실태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이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오는 8월부터 요양기관에 대한 비급여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번 비급여 실태파악의 취지로 ‘보장성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의료기관들의 참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급여 실태조사와 관련해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최영순 부장은 “전체 의료비 추정을 통해 총량을 보려는 것”이라며 “보장성 확대를 위한 실태조사임에도 의료계가 이를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비급여 실태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로서는 비급여 실태조사 자체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또, 보장성 부분을 위한 조사라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를 파악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의료계가 이처럼 건보공단의 조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건보공단은 지속적으로 환산지수 연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비급여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계로서는 건보공단의 이번 비급여 실태조사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비급여 실태조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문정림 대변인은 “건보공단이 조사명분으로 보장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보장성이라는 것이 급여부분에 대한 부분이지 비급여 부분까지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변인은 “비급여 실태조사와 보장성은 연관성이 없다”면서 “분모와 분자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통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병원계도 의사협회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병원협회는 먼저 이번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협회 박상근 부회장은 “건보공단의 비급여 실태조사는 협회차원에서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하며 “비급여 조사를 통해 수가와 연계하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각각 병원별로 다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실태조사가 수가부분과 연계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즉, 건강보험 재정문제와 비급여 실태조사는 별개로 논할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
따라서 박상근 부회장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회원 병원이 각각 선택할 문제”라고 밝혀, 협회차원의 협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보공단 최영순 부장은 “의료계는 이번 실태조사의 취지를 보장성 확대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의료계는 보장성 강화없이 가자는 것인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실태조사의 진정성을 의료계가 왜곡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거듭 협조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