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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뇌사자 발굴 장기이식으로 생명선사”

고대안암 박관태 교수, 장기기증문화 활성화 공로로 표창

한때 대한민국 사회의 붐을 일으키며 장기이식을 하기위한 국민적 참여가 줄을 이은 바 있다. 특히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기이식은 우리사회의 큰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현재 뇌사기증자는 261명으로 장기이식대기자인 1만 7000여명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허나 이런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의 200여 곳 신경외과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뇌사자 발굴에 온 힘을 쏟은 이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기증 문화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30일, ‘2010년 희망의 씨앗 생명나눔 기념행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고대안암병원 박관태 교수(이식혈관외과)가 그 주인공이다.

2009년 3월까지 뇌사자 발굴이 한 명도 없었던 고대안암병원이 작년에 14명, 올해는 현재까지 17명의 뇌사자를 발굴해 많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박관태 교수의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뇌사자의 장기이식술이 28시간 동안 이어져 밤을 샜다는 박 교수, 이같은 성과가 있기까지 어떤 노력들이 있었을까?

그는 우선 “우리나라가 장기이식수준에서는 세계적 위치에 있지만 정작 뇌사자 발생시 장기기증률은 하위권”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뇌사의 경우 단시간내에 이식기관에 연락을 해야하지만 진료 일선에서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그는 “고대 동문인 신경외과의 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뇌사자가 발생하면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지난 1년을 회상했다. 홍보와 소통만큼 뇌사자 발굴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뇌사자를 발굴한다 해도 가족들을 설득해 장기이식을 하도록 결정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박 교수는 “보호자 설득도 중요하지만 특히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상중에 화환을 보내고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쓰며 연말에 장기기증자와 수혜자가 만날 수 있도록 음악회를 주최하는 등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관계형성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장기이식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박 교수가 이처럼 장기기증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장기이식분야는 외과의사라면 도전해보고 싶은 현대의학의 꽃”이라고 명명했다. 특히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며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신부전증 환자들이 신장을 이식받은 후 천사같은 성격이 돼 나타나거나 투석 때문에 임신이 안됐는데 이식 후 임신을 했다며 찾아오면 그만큼 뿌듯할 수가 없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들을 위해 박 교수는 이식받은 환자의 재활 프로그램 운영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식을 받은 환자는 오랫동안 기존의 생활에 익숙해져 스스로 활동하는 데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이에 단순한 이식수술치료에서 벗어나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상담 등을 통한 전인적 치료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박 교수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다년간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몽골에 장기이식센터 건립을 계획 중이다.

“최종 목표는 몽골에 장기이식센터를 짓는 것이다. 특히나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장기이식수술 자체가 쉽지 않아 현재도 몽골의 환자들은 수술을 받기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한국의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자로서 참으로 미안하고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장기이식술을 하느라 밤을 새면서도 또 다른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일선에서 뛰는 박관태 교수. 국민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기기증 홍보 방안을 고민하며 콘서트를 기획하고, 장기기증 시스템의 보완을 강조하며 기증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인 그가 있기에 우리나라 장기기증의 앞날은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