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본인부담률 인하 혜택을 주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비용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원은 3일 열린 ‘제2회 한국의료패널 학술세미나’에서 개인 및 가계의 약제비 부담현황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개인 및 가구 단위에서 연간 외래 처방약제비의 지출 규모와 관련특성을 파악했다.
특히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연간 외래 처방약제비 지출규모와 그로 인한 가계부담에 대한 정도를 조사했다.
보사연 박실비아 연구원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외래 처방약제비 지출이 일반 성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실비아 연구원은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만성질환의 발생은 더욱 증가하고 이환기간도 길어질 것”이라며 “만성질환에 이환된 경우 지속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하게 되고 단기간에 치료되지 않는 만성질환의 특성상 지속적인 가계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약품의 급여제도에서 과도한 본인부담을 완화하고자 본인부담금 상환제와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 인하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박실비아 연구원은 정책이 만성질환자에 대한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부담금 상환제의 경우 외래 처방약제비 지불이 의료비 지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며 연간 지출액이 상한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만성질환자는 이 제도를 통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실비아 연구원은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률 인하제도 역시 암, 희귀난치성질환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고혈압, 당뇨 등 주요 만성질환은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만성질환자는 중증질환자에 비해 낮은 금액을 지출하나 매년 지속적으로 약제비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현재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혜택은 받지 못한 채 장기적으로 비용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약제비 지출에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 처방약 사용을 포기하거나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 있다.
즉, 의약품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을 악화시켜 만성질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의료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실비아 연구원은 “향후 만성질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방약제비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년간 개인의 외래약제비 본인부담금 규모는 10만원 미만이 78.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만원~50만원 미만이 19.04%로 대부분이 50만원 미만을 외래에서 처방된 의약품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