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가실기시험 채점 및 진행과정에 위법성은 없었다.
서울행정법원 제 11부(판사 서태환)는 8일 제 74회 의사면허자격시험에서 불합격한 66명의 수험생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간 진행된 공판에서 원고인 수험생 측과 피고 국시원 측은 표준화환자의 채점 타당성과 합격자 결정 방식을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었다.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는 공판의 주요 쟁점사항 이었던 표준화환자에 의한 채점에 대해“ 의학지식이 없는 이들이 시험의 채점자로 참여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지만 이를 꼭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할 필요는 없고,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은 이들이 특정상황에 대해 진료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평가한 것이기에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실기시험 합격기준의 합리성이나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되고, 현저하게 불합리 하지 않은 이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실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표준화환자 진료 문제는 실제 진료 상황과 유사하게 설정해 응시자로 하여금 그 상황에 요구되는 문진, 촉진, 시진 등의 진료행위를 하게 한 후 이를 적절히 했는지 여부를 예, 아니오, 혹은 제대로 함, 제대로 못함, 하지 않음 으로 확인할 뿐이므로 이에 반드시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신체진찰 부분 중 일부의 경우 표준화환자가 응시자의 특정행위의 적절성을 확인하게 돼 있어 어느정도 의학적 판단이 게재된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에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단기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려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에도 표준화환자가 이와 같이 3단계 평가를 하는 점, ▲표준화환자 채점의 일관성과 객관성이 문제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신체진찰이 아니라 환자의사 관계 영역 인 점, ▲오히려 전문가 채점자의 경우 스스로 선호하는 신체진찰 방법이 정해져 있어 표준화환자에 비해 채점 일관성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표준화환자 채점에 의한 채점에 문제가 없음을 못 박았다.
실기시험 합격선이 사전에 결정되어 공지되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세부항목 문제별 합격선, 문제조합별 총점 기준 합격선, 통과문제 수 기준 합격선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시험의 함격기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구체적인 합격선은 매시험마다 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이 시험의 합격자 결정은 의과대학 교수로 구성된 합격선 심의 위원회에서 결정된 합격점수 이상을 득점한 자로 하되, 그 산출방법에 대한 세부사항은 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므로 이를 국시원이 사전 결정해 공지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즉, 합격선을 사후에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응시자 중 의사로서의 최소한의 지식과 기능을 갖춘 사람을 모두 합격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이 합격선을 시험이후에 결정했다는 사유만으로 이 시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이와 함께 상이한 문제조합의 시험을 치르게 한 것이 부당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사실기 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응시자들 모두에게 같은 문제로 동시에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시험 구성을 불가능해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즉, 이 실기시험의 경우 위원회가 각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문제별 합격선을 별도로 결정한 결과 응시 문제의 난이도와 합격률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고, 시험 시기와 합격률 사이에도 역시 인과관계가 없다며 서로 다른 문제의 조합으로 시험을 치뤘다는 사정만으로 국시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덧붙여 문제별 합격선이 당해 문제의 난이도 및 함께 응시한 다른 응시자의 능력에 좌우 돼 결국 상대평가를 하게 된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는 “의사실기시험의 응시자들 중 표준화환자 진료문제의 경우 적어도 70~90명이 동일한 문제를 풀게되고, 위원회는 문제별 응시자들의 수행결과를 검토해 각 문제의 난이도에 따른 합격선을 결정하므로 불공평의 문제가 해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국시에서의 절대평가는 의사실기시험 합격 기준 자체를 일률적으로 정할 것 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기준이상의 지식과 기능을 갖춘자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할지 여부는 우리사회에서 요구하는 의사의 수준 변화에 따라 해마다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예년보다 합격선이 높아졌다고 해서 예년의 응시자와 상대평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 국시원 측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의사실기시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과 공정성이 재확인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