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의 인력수급이 수월하지 않아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위축되고 진단의 오류가능성도 높아져 환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병리과 전공의 수급난을 겪는 병원의 교수들은 최근 “연구는 커녕 진단검사만 하기에도 힘에 부치다”는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수가 삭감과 전공의 수급 부족사태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대한병리학회는 16일, 이같은 일선 교수들의 토로에 “학회 차원에서도 대안방안을 마련하고자 심평원과 복지부에 수가왜곡을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을 거듭하고 있지만 관이 너무나도 움직여주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병리과의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정해져 있어 병원에서는 병리의사를 채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보니, 일자리 불안에 전공의 수급도 잘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결국 배출되는 전문 인력이 적어지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 모 대학병원의 병리과 교수는 4년차 레지던트만으로 올 1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에 극심한 고충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가 하던 육안검사를 교수들이 맡아하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전문의를 더 채용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전문의 채용은 물론 PA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추가지원도 전무할뿐더러 병리과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답답해했다.
병리과의 경우 보건직 병리사들을 교육시켜 전공의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일부분을 수행할 수 있도록 PA를 양성할 수는 있지만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보수 등의 면에서 대우가 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에 기존의 교수들이 부족한 인력난으로 비롯되는 일을 나눠서 떠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수들의 연구수행에도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판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한명의 전공의도 받지 못한 또 다른 대형병원의 병리과장은 “전공의들이 없어 교수들의 학술활동과 연구가 굉장히 힘들다”며 “뿐만 아니라 임상과 병리가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가 많은데도 보조할 인력이 없다보니 타과의 연구까지 지장을 받아 의료 전반에 걸쳐 문제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수는 “병리과 인력이 충분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교수들이 연구논문의 업적에서도 차이가 난다. 연구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데 계획조차 할 시간이 없어 그만큼 연구의 성과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력문제는 환자의 안전과 밀접한 진단의 정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병리과에서는 전공의와 교수진의 이중체크로 진단이 나가는 프로세스인데, 육안검사를 담당하는 전공의 인력이 부족하다면 한 번의 체크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진단에서의 오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병리과 교수와 학회는 수가체제의 정상화가 해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은선 교수는 “수가 현실화로 일단 개원 상황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며 “이와함께 수가현실화로 병리판독을 하는 대학병원과 준종합병원급의 티오가 늘어나면 과의 비전이 좋아지므로 전공의들의 수급도 수월해 질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업무의 반 정도는 PA로 대체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PA제도가 정착돼 병리의사의 업무량을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수련병원을 지정하는데 있어 병리 전문의의 최소인원을 두 명으로 상향하고 보험급여에서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심평원과 병원협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건국 총무이사는 “병리 전문의 인원을 상향해야 한다는 요청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안 되고 있지만 병리과의 특성상 교육집담회에 참석할 수 없을 만큼 지장을 많이 받는다”며 “무엇보다 이제는 보험급여 등과 관련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관심을 높이고 당위성을 인식시킬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