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전국 6곳에 60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권역 외상센터 설립안은 경제성이 낮다는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복지부는 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낮게 나왔던 예비타당성 내용을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이 낮다는 결과가 통보됐다”며 “아직 최종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 같은 결과 통보는 예산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에 6000억원 규모로 추진을 하지는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의료체계 시스템이 취약한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전폭적인 국고지원을 바탕으로 전국 6곳에 권역별 외상센터를 세우는 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안에 대해 서울대의대는 “2045년까지 1조 5675억원이 들어가지만 사회적 편익은 3조1383억원”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KDI는 예비타당성을 검토한 중간보고서에서 “복지부의 안에는 30년 간 구체적인 운영 지원 계획이 없고 운영 적자를 무조건 국고에서 메워주게 돼 있으며 기존 대형병원의 응급외상센터를 활용할 계획이 거의 제시되지 않는 등 경제성이 낮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복지부는 자료를 보완하고 기획재정부와 KDI에 예비타당성 내용을 조정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결국 ‘여전히 타당성이 낮다’는 최종 결과를 통보 받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6000억 규모가 아닌 또 다른 대안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그간 중증외상센터 35개 등을 선정하고 해당 의료기관에 6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이같은 센터 선정과 안일한 지원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임상과들의 즉각적인 협진이 요구되는 응급 외상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센터와 의료진, 이송체계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나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적ㆍ정책적 지원이 없어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던 기존의 중증외상센터’는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했다는 것.
이렇다보니 지난 2009년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외상은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암과 심뇌혈관질환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3만여 명에 이른다. 서울대의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1/3, 즉 1만여 명은 제대로 된 시스템 하에서 적절한 치료만 받았어도 충분히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 같은 경우가 10% 수준에 그친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석해균 선장 사례를 계기로 공론화 된 응급외상센터 시스템, 비록 6000억 규모의 권역별 센터 설립에는 실패했으나 외상환자의 이송과 치료체계의 개선을 골자로 한 제도적 정비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복지부의 다음 행보에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