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로 인해 제약업계가 입게 될 타격에 비하면 슈퍼판매로 얻는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보여 제약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슈퍼판매의 우선순위를 ▲건강보험 재정 절감 ▲소비자 편의에 둘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소비자에게 인식된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 측에만 이득이 될 뿐 전체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의 정책 주안점을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둔다면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에 대해서도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급성 비인두염(감기)는 2010년 1210억원의 진료비로 다빈도 상병 외래 순위 9위에 올라있으며, 포괄적 감기까지 확대한다면 진료비는 약 1조 2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병원에 가지 않고 슈퍼에서 감기약을 구입토록 유도함으로써 진료비를 줄여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꽤할 수 있게 되는 것.
‘박카스’ vs ‘비타500’ 경쟁, 그 외 제약사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 취지에 맞게 소비자 편의를 우선한다면 자양강장제 등 드링크가 약국 외 판매 품목 목록에 우선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동아제약 ‘박카스’와 광동제약 ‘비타500’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점치고 있다.
3차에 걸쳐 일반의약품의 판매 채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온 일본의 경우 드링크가 1차 개혁 15개 품목에 포함된바 있다.
그러나 제약사 매출에서 일반의약품 비중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제약사에만 상승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일반의약품 생산 규모 비중은 1990년 58.8%에서 2009년 19.2%로 크게 낮아져 일반의약품의 판매 채널 확대가 이뤄지더라도 전문의약품 비중이 80%를 넘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제약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이 시장에 풀리면 새로운 유통망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에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낮았던 회사들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슈퍼판매는 현재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각인된 일부의 대형제약사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일반약 시장이 협소하고 제약사들이 전문의약품으로 수익을 내는 상황이지만 결국 슈퍼판매가 시행되면 일반의약품에 대한 타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기약으로 벌어도 문제는 ‘약가인하’
문제는 슈퍼판매를 받는 대신 내주게 될지도 모를 ‘약가인하’ 부분이다. 사실상 제네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제약사 입장에서 약가인하는 슈퍼판매로 보상 받기에는 너무 큰 손실이기 때문.
증권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약업종은 시장 대비 부진한 주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위 업체들은 여전히 시장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며 “성장성 둔화, 해외진출의 어려움, 또 다시 불거지는 약가 인하 리스크를 감안하면 제약업종의 주가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능가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쌍벌제로 인해 오리지날 약물 처방이 많아지면서 국내 상위업체의 매출이 위축됐다. 오히려 리베이트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늘어난 약품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약가 인하로 국내제약사들의 고충만 늘고 있는 상황이다.
IMS 헬스데이터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2009년 13.6%에서 올해는 6.8%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도 6.4%에 그쳐 예전보다 확연히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러한 국내 의약품 시장의 저성장은 해외 진출이 용이하지 않은 국내 제약업체의 프리미엄 축소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제약관계자는 “경영의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가며 후속(?)을 마련하게 돼있지만, 왜 우리의 입장은 좁은 틀에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