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을 통해 이뤄지던 리베이트가 규제강화 이후, 광고대행업체를 내세우는 수법으로 변형되고 있다.
◇의사 697명 총 8억여원 받아…1명 불구속 입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전국 병·의원 의사에게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해 리베이트를 지급한 다국적 제약회사 A사를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A사 전 대표이사 등 3명과 광고대행업체 B사, C사 대표 2명, 의사 1명 등 6명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A사는 2008년 1월~2010년 12월에 결쳐 광고대행사인 B사와 C사를 통해 병·의원내 판넬광고를 설치하고,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 의사 697명에게 처방량에 비례한 1회 30만원~300만원씩 총 8억 1,851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대행업체인 B사와 C사는 A사와 형식상 각 광고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A사의 지시에 따라 리베이트 해당 금액을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등 A사의 탈법적 리베이트 지급 행위를 도와준 혐의다.
리베이트를 제공 받은 의사 697명 가운데 쌍벌제 시행 이후 금품을 수수한 의사는 28명이며, 이 가운데 비교적 많은 수수액인 200만원을 지급받은 의사 1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그밖에 나머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등에 행정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문제가 된 A제약사에 대해서는 리베이트와 연관된 의약품 관련 약가인하 등의 조치가 이뤄지도록 식약청에 행정통보 했다.
◇광고대행사 매개로 한 신종수법의 전말
특히 경찰은 이번 사건이 최근 다국적제약사를 중심으로 적발되고 있는 신종수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방법상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제약사가 광고대행업체와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고, 광고대행업체는 병·의원 의사들과 광고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광고에 따른 광고비를 지급하는 정상적인 거래외형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약사의 영업사원이 병·의원을 방문해 광고계약을 체결하고, 처방량을 확인해 본사 PM에게 보고하면, PM은 각 의사별 지급금액을 정해 대행업체에게 입금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광고대행업체는 제약사로부터 지시받은 금액을 그대로 병·의원 의사들에게 지급하고, 광고비를 지급한 것처럼 서류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등 실제는 광고대행이 아닌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창구역할만 한 셈이다.
적발된 A사 역시 광고대행업체와 자사 의약품 ‘N’에 대한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를 매개로 다른 의약품인 ‘U’, ‘P’, ‘T’, ‘S’ 등의 판매촉진 수단으로 병행해 활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급된 광고비가 의사들의 처방량에 따라 산정돼 차등지급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그 실질은 제약사의 의약품 판매촉진을 위한 리베이트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는 합법을 가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사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신종수법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