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가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경영일체를 다른의사에게 맡긴 상황에서, 경영을 대신한 의사가 부당급여를 수급했다면 개설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3부(재판장 심준보)는 최근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A 씨가 또 다른 의사인 B 씨에게 명의를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매달 일정액을 수급받았다면, B 씨가 부당급여를 수급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내과 전문의인 A 씨는 일반의인 B 씨에게 경영을 맡기면서 ‘내과의원’ 명칭을 쓸수 있도록 사업자 명의를 그대로 사용하게 했다. 이후 B 씨는 4000여만원의 부당수령을 했고 이에 업무정지를 받았다.
그러나 A 씨는 의원이 업무정지를 받은 기간에 또 다른 의사인 C 씨에게 월 400만원을 지불하면서 C 씨의 명의를 빌려 같은 자리에 다른 이름으로 의원을 개설했다. A 씨는 업무정지기간이 끝난 후에 본래 의원을 다시 개설했다.
이에 복지부는 업무정지 기간 중 형식적으로 대표자 명의를 타인으로 변경한 후 계속해 요양급여를 수급했다며 A 씨에게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 씨는 “업무정지기간에는 C 씨가 의원을 개설했고 본인은 고용된 의사로 근무했을 뿐”이라며 “설사 업무정지기간에 타인 명의로 의원을 열었더라도 앞서 받은 업무정지는 본인이 아닌 B 씨 혼자서 저지른 행위기 때문에 처분이 과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와관련, “C 씨가 명의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토요일만 진료하고 월 400씩 받아갔으며 업무정지기간이 끝난 후 원고가 의원을 다시 개설하면서 C 씨에게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판단, 허위로 타인의 명의를 빌려 의원을 개설한것이라고 봤다.
이어 “원고가 B 씨에게 경영 일체를 맡기면서 매월 일정한 돈을 받은 이상 B 씨의 요양급여 부당청구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수 없다”며 “업무정지 기간인 줄 알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C 씨의 명이를 빌려 계속해 의원을 운영하는 등 규범위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소송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