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GDP대비 약제비중은 OECD 평균수준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약제비가 줄어들지 않아 약가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12일 제약협회 연찬회 초청강연을 통해 약가인하의 명분이 되고 있는 약제비가 비교기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복지부가 약값이 높다는 것을 약가인하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는데 과연 정말 높은지를 알아볼 방법은 같은 성분 같은 양의 약을 비교해 달러로 환산하면되지만 달러는 유동성이 강하다”며 “이럴 경우 개발도상국의 지출규모가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기준 1인당 약제비 및 국민의료비점유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약제비는 947달러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약제비가 높았다.
OECD 평균보다 약제비가 높다던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 1인당 약제비를 달러로 환율하면 평균 503달러보다 낮은 397달러로 나타난다.
반면 정부의 계산과 같은 국민의료비율에서 차지하는 약제비중은 OECD 평균 16.2%보다 높은 21.3%로 나타나 OECD 국가 평균보다 우리나라의 약제비중이 높은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처럼 1인당 약제비를 PPP 환산 절대액으로 본 것과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셈이다.
정 교수는 “의료서비스는 국가 간 교류가 잘 안 된다. 수가가 낮다고 미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듯 서비스가 차단된다”며 “반면 약은 국제적으로 교류 된다. 국제적으로 형성된 가격 수준이 있기 때문에 약제비중이 차이가 나더라도 PPP 환산 절대액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약제비중으로 각 나라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나라 약제비 지출규모는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은 높으나, 1인당 약제비의 PPP 환산 절대액은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두 가지 절충안으로 GDP 대비 비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약제비가 OECD 평균과 같은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GDP대비 약제비 비중은 OECD 평균 1.5%, 한국의 경우 한방첩약 포함시 15조 6000억원의 지출규모로 GDP 대비 비율 1.5%로 같다는 것. 한방첩약을 제외할 경우는 1.3%로 오히려 더 낮다.
다만 건강보험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의약품급여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의약품급여의 비중이 30%에 이르고 조제료를 포함한 전체 약제비의 비중은 35%에 달하고 있는 점은 보험자로서는 우려할 사항”이라며 특히 지난 몇 년간의 증가를 주목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약가인하는 어느 정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정 교수는 “현재까지 기등재목록정비, 시장형실거래가 등의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됐는데 두 가지 시각 공존한다”며 “제약기업 쪽에서는 전방위적으로 가격을 내리친다고 생각하지만 시민단체 등의 시각에서는 보험재정이 내려가지 않으니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괄 약가인하에 대해 “정부가 제약산업을 죽이려고 정책을 내놓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정책담당자는 제약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의 방향성을 잡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