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을 유전자 타입별로 분류해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없애는 맞춤치료법의 토대가 국내연구진에 의해 마련됐다.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와 MD엔더슨 암센터의 이주석 교수팀은 1일 “대장암 유전자를 분자생물학적으로 분석해 암의 재발가능성, 항암제 감수성 여부, 장기 생존 여부를 예측했다”며 “병기와 관계없이 유전자 타입별로 생존율이 다르다. 이에따른 맞춤치료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상철 교수팀은 26~92세의 대장암 환자 177명을 대상으로 대장암 환자 유전자 데이터(美 모피트 암센터 코호트)를 분석해 암 세포의 성장과 확산, 종양형태 등 예후를 결정짓는 114개의 유전자를 선별하고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두 개의 타입으로 나누어 특성을 분석했다.
기존 병기 구분법에 의한 대장암 5년 생존률은 대략 1기 90%, 2기 80%, 3기 70%, 4기 15%이나, 유전자 분석 결과 병기에 관계없이 5년 이상 생존률이 A타입의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80%, B타입의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60%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같은 병기의 환자도 유전자에 따라 지속성, 재발가능성 등 예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환자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예후를 예측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면, 재발 또는 암 세포의 진행을 예방하는 맞춤 치료를 실시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병기별 일괄적으로 적용했던 치료방식을 탈피해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없앨 수 있는 맞춤형 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기존의 대장암 치료는 CT나 MRI를 통해 암의 모양이나 크기 등 형태학적 특성만을 바탕으로 병기를 1기에서 4기로 구분, 재발 가능성과 항암제 효과와 관계없이 병기별로 일괄적인 치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가 이루어지는 3기 대장암의 경우 A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했을 때나 하지 않았을 때나 3년 무병 생존률이 별 차이가 없었다. 반면 B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3년 무병 생존률이 41.9%, 항암치료를 했을 경우에는 71.2%로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따라서 같은 대장암 3기라도 A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군은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고 B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군은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
연구팀은 대부분 항암치료 없이 수술만 이루어지는 대장암 1, 2기 환자라도 B타입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적극적인 보조적 항암화학치료와 함께 면밀한 추적관찰을 통해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생존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상철 교수는 “암 진료 현장에서의 치료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대장암 환자(발병률 세계 4위) 치료뿐만 아니라, 향후 위암, 식도암 등 소화기암 맞춤치료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상철 교수팀의 이번 ‘대장암의 분자생물학적 2개 아형과 연관된 예후관련 유전자 발현 형에 관한 연구’는 소화기 질환 논문의 최고 권위지인 ‘GUT’ 10월호에 게재됐으며, 미국에서 특허 출원중이다. 또 오 교수팀은 한국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