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그간 보류해왔던 생산중단을 통해 약가인하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제약협회는 오늘(2일) 이사장단 회의를 통해 일괄 약가인하에 대한 법적대응과 생산중단, 궐기대회의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중단과 궐기대회에 대한 논의는 8.12 발표 당시부터 있어왔지만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하지 못한 채 미뤄져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제약업계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은 채 약가인하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그간 제약협회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은데는 신임 임채민 복지부 장관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온 장관이 경제관료 출신이라 처음엔 기대를 거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괜한 행동으로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며 “두 번의 면담이 있었음에도 결과는 달라진 것이 없으니 이제는 대화보다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화만 진행하다 보니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생사가 걸린 중대 사안이라고 호소하는 제약업계의 목소리를 ‘엄살’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8.12 발표 후 시작된 업계의 구조조정 및 임금동결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복지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1일 약가인하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제약업계에서 9월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신규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부분들은 알고 있지만, 구조조정 자체가 실제로 이뤄진다는 부분들은 아직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아울러 대규모 실직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최 국장은 “약품 사용량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연구나 영업직원들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제약업계 환경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복지부가 업계의 위기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절박함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제약계 임원은 “(최희주 국장이) 그런 대답을 했다는 것만 봐도 약가인하로 발생할 최소한의 영향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냐”며 “최소한의 평가도 하지 않은 복지부가 스스로 현재 업계 상황이 어떤지 알 턱이 없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피켓을 들고, 머리를 깎으며 ‘죽겠다’고 하소연해야 업계 상황을 알아보려는 성의라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생산중단과 궐기대회가 이뤄진다면 모든 회원사가 나서 단결력을 보여줘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어설프게 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지난번 궐기대회처럼 해서는 바깥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며 “협회와 전 회원사가 이번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전투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