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노사가 같은 방향 다른 행보로 일괄 약가인하 저지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큰 범위에서 일괄 약가인하에 반대하는 기조는 같지만 사측과 노조라는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각자의 방식대로 생존권을 지켜내겠다는 것.
첫 포문을 연 것은 한국노총 화학연맹 의약화장품분과를 중심으로 한 제약업계 노동자들이다. 4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약가인하에 반대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약가인하로 인해 내년부터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를 불문하고 많게는 한 업체에서만 10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면서, 인력감축설이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약가인하의 부담을 노동자들의 희생으로만 강요하고 있다며,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다국적사 노조위원장은 “목표하는 바가 제약산업 선진화이든 후진화이든 노동자는 직장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희망”이라며 “힘없는 노동자만 길거리로 몰아선 안 된다. 제약산업 선진화방안에 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법은 안 나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제약노조는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화학노련 관계자는 “내가 사장이라면 구조조정의 첫 타자가 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즉, 인력감축을 공식화하는 첫 회사를 제약노조의 투쟁 타깃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제약노조는 이번 주 중으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제약협회는 이달 안에 궐기대회 및 생산중단을 강행하고, 현재 진행 중인 100만 서명운동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제약협회가 설립된 이래 처음 진행되는 궐기대회라는 점에서 협회 사무국은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약가인하에 대한 법적대응도 준비되고 있다. 업계 의견수렴 후에도 그대로 고시를 단행할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제약협회 김연판 부회장은 “고시로서 약가인하를 단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법적으로 봐도 이번 일괄 약가인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감안해 주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김 부회장은 100만서명운동에 대해서는 현재 약 25만명의 서명이 접수됐다고 밝히며 “회원사 대표들에게 직접 전화해 전 직원이 나서 가족, 친지들로부터 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