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약가인하 관련 두 번째 국회토론회에서 정부와 제약업계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채 서로의 주장만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고용불안에 포커스가 집중되면서 토론의 열기가 고조 될수록 참석자인 제약업계 노동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짐과 동시에, 그들의 위기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먼저 토론자로 나선 유한양행 노동조합 박광진 위원장은 “제약산업 현장에서는 내년 약가 일괄인하 정책에 대비한 구조조정이 이미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제약노조가 파악한 현재까지 구조조정 사례를 살펴보면, H사의 경우 지난 8월 약가인하 방침이 발표된 이후 이미 10여명을 권고사직 시킨데 이어 11월 하순에는 노동조합원 7명을 포함한 9명의 권고사직을 추진한바 있다.
K사 노조의 경우 회사측이 내년도에 임금 20% 삭감, 체육대회 안함, 각종 복지제도(학자금 지원, 경조사 지원금 등) 50% 감축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매출이 30%가량 감소할 것이란게 사측의 설명이라는 것.
다국적제약사 G사, S사, Y사는 사내통신망 등을 통해 희망퇴직 접수하고 있으며, N사도 약가인하에 따라 품목철수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안정과 고용유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존권적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너희 제약 노동자들이 덤터기를 쓰라’는 식으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고용불안이 비단 제약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제약협회 갈원일 이사는 “보통 제약의 전방으로 나뉘는 원료, 포장 등의 분야, 후방에 속하는 연구개발 CRO, 인력고용업체 등 관련업계의 규모가 제약업계의 5배정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다. 일괄 약가인하로 그 인원 역시 고용불안에 상당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약업계의 직접적인 고용감소뿐 아니라 관련업계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실질적인 제약업계 노동자들 역시 울분과 분노의 감정을 토해냈다.
Y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약가인하가 필요하다고 복지부가 주장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제약업계 전체 20%의 인력감축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약업계는 세일즈가 태반이다. 현재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도 세일즈이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다국적사에서 받고 있는 희망퇴직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고 하는데 보통의 경우 15년차 이상 근속자 등의 기준을 두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그냥 다 받았다. 여기에 인터뷰까지 1차, 2차 들어간다. 말이야 희망퇴직이지만 내용은 해고를 위한 수단과 다름없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복지부가 이번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약가인하로 인한 고용불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구점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화학노련 관계자는 “고용영향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해야 한다. 과연 복지부가 어느 정도 (평가를)하고 정책을 세웠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약제과 류양지 과장은 “마케팅이나 연구직 부분은 지속적으로 고용이 줄지 않을 것이고 늘어날 소지가 많다. 영업합리화 차원에서 관리직이 줄지 않겠나하는 생각이고 복지부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국내사 중에서도 일부 나가는 자연감소분에 대해 신규 모집은 안하는 것은 있지만 연구직, 마케팅인력, 경력직 사원은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과장은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기 때문에 CRO도 늘어날 것이다. 이번 약가인하에 대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