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의약품을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등에게 주사한 의사가 1개월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았지만 이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A씨가 무허가의약품을 고의로 환자들에게 투여하지 않았으며, 화장품 효능을 실험해보기 위해 일부를 자신과 어머니에 한정해 주사하는 등 비도덕적 진료행위로서의 비난정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는 최근 성형외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무허가의약품을 자신과 어머니, 간호조무사에게 주사한 것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이를 법적 최고 수준인 한달간의 면허정지로 처분한 것은 지나치게 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A씨는 주사제로 허가받고 제조된 것이 아니라 피부에 바르는 일반화장품으로 제조된 노티디에스 드레이닝 PPC를 구입해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간호조무사에게 나누어 주사했다.
이에 복지부는 원고가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해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자격정지 1개월을 처분했다.
그러나 원고는 “의료인 자신이나 그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자에 대한 진료행위는 의료법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히 화장품을 구입한 후 효능을 실험해 보기 위해 자신과 어머니, 조무사에게 주사했을 뿐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원고는 이어 “당시 영업사원으로부터 이 화장품이 의약품이란 설명을 듣고 구입했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했다”며 호소하고 “게다가 복지부는 이 화장품을 사용한 의사들 중 행정처분 대상을 자의적으로 선정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해당하지만, 행정처분을 1개월로 한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과 검안, 처방, 투약이나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하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다. 혹은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타인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아울러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직업 윤리에 위반 된 진료행위를 한 경우로 보고있다. 여기에는 의약품이 허가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이같은 관련법을 근거로 재판부는 “A씨가 자신에게 화장품을 주사한 것은 의료법상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우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해당한다”며 “효능을 실험해보기 위한 것일지라도 다르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다만 의료법에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 자격정지 1월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같은 처분의 상한선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하려면 가장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에 행해져야 하는데도 이 사건에서는 재량권을 남용한 면이 있다는 것.
재판부는 “뿐만 아니라 피고는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비만치료 주사제의 사용중지를 요청하기 전까지 의사들이 위 주사제를 환자들에게 주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화장품 사용행위에 대해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무허가 비만치료 주사제 사용실태 조사결과 외에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않고, 위 조사결과만을 토대로 이 같은 제재처분을 했기 때문에 같은 위반행위에도 불구, 처분되지 않은 의사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형평에 반하는 재량행사”라고 판단했다.
특히 원고처럼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경우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개인적 신뢰와 유대관계가 병원운영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므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이익이 중대하다는 것.
이에 재판부는 1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