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 집행부가 5월 들어선 이후 의사협회의 의료계 현안에 대한 대응이 강경하면서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 중대현안에 대해 의료계와 정부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만성질환관리제, 포괄수가제, 의료분쟁중재원, 영상장비 수가인하 등은 의협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만성질환관리제의 경우 노환규 집행부는 비대위 구성 등을 통해 더욱 강력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현 의협 집행부가 출범준비위원회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현안. 이전 집행부의 건정심 합의는 대다수 회원들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 전면 재협의를 요구하고 전면 거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건정심 합의사항을 거론하며 제도를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라 양단간 입장표명을 위한 대화모색부터 전개될으로 보인다.
특히 제도 시행이후 할인율이 고혈압 8.8%, 당뇨병 4.7%에 그쳐 환자들이 체감할 할인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정부의 정책 진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
7개 집병군을 위시한 포괄수가제 강제시행 역시 전면 반대 입장을 밝힌바 있으며 정부가 강제 시행할 경우 병원계와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한편, 소송을 비롯한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반대 이유로 ▲의료의 질 하락 ▲신의료기술 사장, 의료기술 발전 저해 ▲중증 환자의 의료서비스 저하 ▲의료비 절감 효과 무용론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및 건강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즉 의료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를 기준으로 포괄수가를 정해놓고 그 범위내에서 치료를 하라는 것은 의료기관이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등 원가절감을 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최선의 진료보다는 비용에 맞는 진료를 함으로써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특히, 중증 질환자는 의료기관이 정해진 수가 내에서만 치료해야 돼 기피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은 의료비 절감효과가 거의 없으면서, 환자는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선택권마저 박탈당한 채 획일화된 붕어빵 저질 의료만을 강요받도록 하는 제도이며, 중증 환자는 의료기관의 치료기피 대상이 되도록 하는 제도이기에 국민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반대를 해야 하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에서는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찬성하고 있고, 정부 역시 강행한 뒤 수정·보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더 큰 마찰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오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CT·MRI·PET 등 영상장비 수가 인하 역시 반대 입장으로 병원계와 공조해 막아낸다는 방침이다. 지난주 건정심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영상장비 수가 재인하 방안을 논의했으나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하며 오는 24일 정부와 의료계 복수안으로 제1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해 재논의 할 예정이다.
반면 영상장비 수가 재인하 문제 역시 병원계와 의료계가 공조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병원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음에 따라 다른 수가에 대한 보상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며, 의원쪽에서도 건강검진 의원의 경우 손해가 있어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강검진 당일 진찰료에 대해서는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건강검진과 무관한 별도 질환에 대한 진찰료 환수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냈지만 복지부가 지난 4월1일부터 건강검진 당일 별도의 질병에 대해 처방을 한 경우 초진 또는 재진진찰료에 대해 50%만 인정하겠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의협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진찰료 100%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의료계와 정부가 정책현안마다 이같이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비현실적인 수가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강경대응 현안이 수가와 관련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는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수가인하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병·의원 경영이 어렵고 하루에도 몇 개씩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권을 놓고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의료계 정책 추진에 있어 전문가들의 입장 반영이 미약해 현실적인 정책수립이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접점만 찾는다면 복잡한 현안이 오히려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노환규 회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투쟁가 보다 협상가에 가깝다며 정부와 의사는 국민의 바라는 것의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서로간의 입장차만 맞으면 언제든 동반자적 입장으로 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