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산업의 노동조합, 사용자, 정부, 국회의원,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보건의료산업 발전과 정책과제 개발을 논의하는 포럼이 개최됐다.
‘보건의료산업 발전과 정책과제 개발’을 주제로 지난 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위한 노사 공동포럼’은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좌장으로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와 박종훈 고대의료원 정형외과 교수가 발제하고, 국회의원·정부관계자·노사 양측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진석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보건의료분야의 노사 공동과제’ 발제를 통해 병원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원인을 짚어보면서 “건강보험 급여 중심의 적정진료만으로도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수입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인력 확충은 의료의 질 향상, 환자안전, 노동조건 향상, 일자리 창출 등 4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바 인력확충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지원과 재정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보호자 없는 병원 추진을 강조했고 “의료기관의 경쟁 격화와 의료자원의 과잉, 초대형병원의 과독점화와 같은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병상총량제, 한시적인 민간병상 명퇴제, 민간병상의 정부 매입, 의료기관의 단계별 기능 정립,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개선, 전공의 정원 규정 개선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할 경우 병원운영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한 건강보험 보상과 보조금 지원, 시설투자 등 정부의 재정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훈 고대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보건의료산업 발전과 정책과제’ 발제를 통해 “의료현장에서는 폭증하는 의료비, 수도권 쏠림현상과 통제불능의 병상규모 경쟁, 개선되지 않는 의료사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끝없는 대치 등을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고 지적하고 “환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환자안전”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09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7147명인데 비해 의료사고 사망 환자수는 3만 6473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좋은 의료는 의료사고가 없는 의료로서 진정한 질 관리와 환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비용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수가정책을 포기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확립해야 하며 정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포괄수가제와 연계한 보호자없는 병원 정착이 시급하다”면서 “무엇이 좋은 의료인지에 대해 노, 사, 정부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정책과 현실 차이 인정, 지원에 최선
정부관계자들의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배금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나 1,2,3차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 의료인력 양성 등과 같이 보건복지부가 고민하는 정책들과 현실 사이에 갭이 많고 어려움이 많다”며 “고전적인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환자중심, 질관리, 적정진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좋은 제안들을 잘 들었고 꼭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권혁태 노사협력정책관은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이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지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한가지 작은 분야에서부터라도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사 공동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 정부가 매개 역할을 할 수 있고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병원…산별교섭 문제, 병원측 인센티브 등으로 참여 유도해야
정종훈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산별교섭이 깨진 원인에는 병원간 이해타산의 차이도 있었지만 교섭대표로 나온 병원을 집중타격대상으로 삼은 노조측의 교섭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불신을 해소가 우선이고 산별교섭에 열심히 참가하는 병원에 불이익이 가는지 않도록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들이 적정진료보다도 돈벌이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정일용 원진녹색병원장은 “보건의료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인건비 비중이 큰데 특히 중소병원의 경우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매출이 증가해도 급여상승 때문에 경영개선이 되지 않는다”며 “저수가정책을 개선하면서 비보험수가를 줄여나가는 문제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사고를 막기 위해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중소병원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의료기관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경영압박도 커지는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지원을 주문했다.
김경일 서울시 동부병원장은 병원협회가 참가하지 않은데 아쉬움을 나타내며 “병원경영자가 산별교섭에 참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산별교섭 참가한 곳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김근열 원자력의학원 행정실장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2004년 산별교섭 합의내용이 지적되고 회수조치와 중징계 지시가 나온 사실을 지적하며 “산별교섭할 때 이러한 점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왕준 인천사랑병원 이사장은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재무적 투명성, 리베이트 보다는 환자안전과 의료사고 투명성 제고와 과도한 인센티브 제공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의료인력을 재추계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회에서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노조…산별교섭 불참병원에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
노조측을 대표해 토론에 나선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기회만 있으면 그만두려 하고 노조간부들이 병원경영을 걱정하는 게 현실”이라며 “보건의료노조는 개별 노사관계에서 풀 수 없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정책과 제도 개선 과제를 산별교섭 요구로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병원경영을 고민하는 사용자측이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가 걸린 이런 문제를 다루자는 산별교섭에 나오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산별교섭을 정상화하고, 산별교섭의 롤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사용자측도 전향적으로 노력하고,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국회의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유 위원장은 산별교섭 참가하는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노조는 산별교섭 불참병원에 대해 차별화전략을 확실하게 쓰겠다”며 “노사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 오늘 발제를 통해 제기된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별교섭자리와 노사정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노, 사, 정, 국회의원, 전문가들이 합심해서 풀어나가자”고 강조했다.
▶국회…노사 합의위한 진솔한 논의 필요하다
국회의원 토론에서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의료계의 과도한 경쟁체제 해소, 인력부족과 수급문제 해결,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발제자들의 의견에 공감을 보이고, 최근 3년간 보건의료산업의 노사간 산별교섭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데는 아쉬움과 함께 “산별교섭이 사측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중앙-지부-지회로 이어지는 3중파업이 가능한 현행제도를 개선하고 산별교섭의 효율화와 제도화를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부가 바뀌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다면 가능성은 열릴 것”이라며 “산별교섭에 참가하고 노사정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간병인의 근로조건과 비정규직 비율이 70%가 넘는 병원의 사례를 제시하며 “착한 진료, 좋은 진료가 가능하려면 비정규직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노사정이 무엇을 할 것인가 전향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사가 공동의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전체 병원계를 포괄하고 있는 병원협회의 참여가 필요하고, 노사가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정 협의는 고용노동부만의 업무가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고유한 업무로 생각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의 인식전환을 강조하고, “노사간 대화와 소통의 폭을 넓히려면 야유회를 간다든지 서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을 대신해 토론에 나선 박선민 수석보좌관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쏠림현상을 극복하고 주치의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공공병원과 중소병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보좌관은 “19대 국회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병원인력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데 보건의료인력특별법이야말로 합의 가능한 과제”라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대한 모든 논의가 소용없게 된다. 단일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보건의료노조에서 유지현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과 서울본부장, 중앙간부들이 참석했으며, 보건의료산업 사용자측에서는 민간중소병원, 지방의료원, 원자력의학원, 근로복지공단, 시립병원 등에서 참석했다.
또 정부측에서는 권혁태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배금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이, 국회의원으로는 이완영(새누리당), 김용익(민주통합당), 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참가해 2012년 보건의료정세 속에서 노사가 함께 풀어가야 할 정책적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향후 연속적인 노사 공동포럼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노사 공동포럼은 2011년 보건의료노조와 민간중소병원 대표단이 개최한 ‘민간중소병원 노사공동포럼’을 전체 병원계가 참가하는 ‘보건의료산업 노사 공동포럼’으로 확대 개최한 것으로 차기 노사 공동포럼에서는 이날 참석하지 않은 사립대병원, 국립대병원, 적십자사 등 각 특성별 의료기관들과 병원협회까지 참가하도록 하고 ▲의료기관 경쟁시스템 개선과 의료기관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보건의료 인력문제 해결방안 ▲병원계 ISO26000 실행방안 ▲산별 노사관계 현황과 발전 과제 등 포럼주제를 보다 구체화하여 심도깊은 진단을 바탕으로 실효성있는 대안을 마련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세부 준비는 ‘노사공동포럼 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