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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대생들, 임채민 장관에게 친필 서한 전달 실패

강연차 방문한 고대에서 의대생 70여명 DRG 반대 침묵시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장 남기훈, 이하 의대협)이 의대생들도 포괄수가제를 반대한다는 친필 서한을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의대협은 5일 임채민 장관의 ‘복지국가와 기술혁신’ 특별 강연이 열린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 대강당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검은 정장을 갖춰 입고 흰 가운을 팔에 걸친 의대생 70여 명은 임채민 장관이 강연하는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들이 침묵시위를 벌인 이유는 임채민 장관에게 DRG 반대 친필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연이 끝난 임 장관은 학생들의 의견을 외면한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의대협이 전달하려 했던 친필 서한은 박기수 부대변인에게 전달됐다.



이에 대해 남기훈 의장은 “임채민 장관에게 서한을 직접 전달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 “이익집단이나 사회인이 아닌 학생으로서 의대생들도 DRG를 반대하고, 더 나아가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 단절을 장관에게 알리고 싶어 편지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친필 서한 전달은 처음 남기훈 의장 혼자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러 의대생들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의대협 대의원 회의를 통해 의대생들이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남 의장은 “처음에는 혼자 서한을 전달하려고 작성했는데, 의대협 대의원들과 전국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줬다”면서 “앞으로 의료계 현안에 대해 더 많은 공부해 전문가 단체의 대표로서 대안점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남기훈 의장은 ‘흰 가운을 입을 자신이 없습니다’란 서한에서 포괄수가제 강행 반대와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 단절을 언급했다.

남 의장은 “요즘 포괄수가제 도입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며 "전문가 단체라는 의료계 또한 분열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포괄수가제는 아무런 대안과 논의 없이 강행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나섰지만, 국민에게는 단지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 남 의장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의사가 되기 위해 이러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며 “정부와 국민, 의사 사이의 반목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사면허를 따고, 당당하게 흰 가운을 입을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남기훈 의장은 “재정문제를 차치하고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현 방향대로의 포괄수가제 도입에 조금만 신중해 달라”며 “포괄수가제 추진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앞서나가는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임채민 장관은 이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R&D 전략센터가 주최한 자리에서 ‘복지국가와 기술혁신’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맡아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경영전문대학원생은 의대생들에게 시위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학교와 기술경영전문대에서 주최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생은 남기훈 의장에게 “왜 남의 행사에 와서 분위기를 망치냐”면서 “오늘 일에 대해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고려의대 교수들은 의대생들의 시위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박건우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신경과)는 “의사는 좋든 싫든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복지부와 의료계의 파트너십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의대생들의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서 있어야할 곳에 학생들이 서 있는데 학생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마음이 아프다”며 “선배로서 제 역할을 못한 것 같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화 단절은 복지부만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고려의대 A 교수는 “복지부 청사 앞에서 벌이는 시위라면 문제될 것 없지만 학교에서 벌이는 시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장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런 식의 행동은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