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베레모를 쓰고 원색의 앞치마를 두른 꼬마 화가들이 의사선생님과 머리를 맞대고 병원 벽면에 그림을 그린다. 고사리 같은 손에 붓을 쥔 채 각자가 그리는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이 순간만큼은 아픈 것도 까맣게 잊은 듯하다.
이 풍경은 다름 아닌 을지대학병원(원장 박주승)이 5~6일 이틀간 한국화이자제약, 미국 병원예술재단과 공동으로 행사장이 마련된 병원 현관 앞에서 펼치고 있는 ‘사랑의 병원 그림 축제’.
그림은 언어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동이나 오랜 투병생활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무언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을지대병원은 ’사랑의 병원 그림 축제‘에서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환자들에게 희망을 북돋우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이러한 치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틀간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힘을 합쳐 완성할 그림은 벽화 2점과 캔버스화 20점으로, 벽화는 장기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주로 왕래하는 재활의학과 복도, 그리고 신생아실 Well baby room 옆 벽면에 그리질 예정이다.
이 중 총 6개의 그림이 모여 커다란 한점의 그림이 완성되는 캔버스화의 경우 중환자실과 수술실 복도 등 자칫 삭막하고 어두워지기 쉬운 장소에 게시되어 앞으로 을지대병원을 방문하게 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상징물로 영원히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추석을 보름 남짓 앞두고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명절을 가족 친지들과 함께 보낼 수 없는 환우들이 다함께 추석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강강수월래, 길쌈놀이 등 민속놀이 등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주로 그려지며, 애드벌룬으로 만들어 띄운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각자의 소망을 담는 소원성취 이벤트와 송편만들기 등 풍요로운 부대 행사들도 함께 진행된다.
박주승 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병원 사랑의 그림 축제는 환자와 가족, 의사, 간호사 등이 환자의 쾌유를 바라는 공통된 마음을 모아 다같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이름다운 시간이 환자 및 가족 여러분들께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또한 참가자 모두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그림 속 자연처럼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사회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각자의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