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복강경 수술을 중단하면 결국 정부에서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너무나 많은 잘못을 하고 있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의료산업에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가해 위축시키고 있다.”
백성길 중소병원협회 회장이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의료계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작심한듯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쏟아냈다. 지난 14일 개최된 23차 대한중소병원협회 제23차 정기총회 및 학술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먼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중소병원에 대해 세무조사를 과도하면서도 엄격하게 하는 등 지나친 규제로 의료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소병원에 몇 십억씩 세금을 추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병원의 정상적 경영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토요진료가산제를 의원급의료기관에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엄청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간호등급제에 대해서도 “간호등급차등제 시행으로 지방 거점병원들조차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어 지방중소병원 경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병원급 1.89% 인상으로 마무리된 수가협상에 대해서도 수가협상 체계가 의료공급자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되어있다고 근본적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또 정부의 보험재정 자체가 너무나 적고 보험료율도 3.5%에 불과하며 GDP 대비 국민 의료비 지출도 6%대에 불과해 OECD 평균인 9%에 비해 너무나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하루 빨리 의료보험재정을 OECD평균 수준으로 늘리고 수가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병원협의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 중소병협을 사단법인화해 건보공단과의 협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준하는 세재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강력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회장은 중소병원협회 정기총회 개회사에서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이어갔다.
개회사에서 그는 “1년 전, 중소병원의 권익신장과 활성화라는 커다란 화두를 안고 중소병협 회장에 취임했지만 지금 현실은 병원경영에 압박을 주는 정부의 각종 규제뿐”이라며 이로 인해 병원은 이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직면해있다고 밝혔다.
또 “역대 거의 모든 정부에서 강조해 온 가장 중요한 의료정책 목표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였는데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한국의 공공의료 상황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어 “중소병원은 물론, 대학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청구실명제, 포괄수가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초음파 검사 급여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보건 의료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약 2600여 곳의 중소병원에 50여만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인건비 비중이 총 매출액의 50%를 넘어서는 병원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 최소한의 물가 인상율도 반영하지 않는 수가 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 국민들도 적정진료를 위해 합리적인 보험료를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며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하고 건강보험 재정 총액을 OECD국가들의 GDP 대비 평균 의료비의 지출에 맞게 증가 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가장 큰 원인이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 실시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의료계의 부도덕한 점을 내세우며 의료계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의료계의 희생으로 건보재정 흑자가 가능했던 만큼 이제 의료계의 희생과 불이익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하며,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의료계를 매도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에 대해 “‘중소병원 선진화 TF’를 구성해 지난해 말까지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 이제 그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때”라며 ”더 이상 중소병원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과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재정립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건강 증진을 진실로 바란다면 의료계에 진심어린 협조를 정중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 전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이목희 민주당 의원, 김미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김건상 의료기관평가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이계융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 전 병협회장이자 명예회장인 김광태 명예회장, 유태전 명예회장, 김철수 명예회장,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정흥태 회장, 인천시병원회 정영호 회장, 대전충남병원회 홍승원 회장, 병원간호사회 곽월희 회장,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강순심 회장 등 의료계 관계자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