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매춘부란다. 공짜 선물을 향해 구름처럼 몰려드는 개미떼들이며 제약회사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란다. 의료사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악담이 아니냐고? 유감스럽지만 미국의 저명한 내과의사 제롬 캐시러의 쓴소리다."일부 의사들은 매춘부라고 불린다. 매춘부라는 단어는 매우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후원사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계속 말을 바꾸어 제품을 선전하는 의사를 동료들은 이렇게 부르고 있다."(57쪽)뻔뻔하고 부도덕한 의료계의 이면을 파헤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더러운 손의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 어떻게 자본과 밀착하고 부패해 가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미국 의료계의 '살아있는 양심'이라 불리는 저자는 정확한 내부정보와 풍부한 임상경험을 도구로 썩은 냄새 풍기는 시궁창 오물을 푹 퍼다 독자 코앞에 들이댄다.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일으킬 것만 같은 역겨운 유착의 냄새."2002년 '그림자 영업'이라고 불리는 터무니 없는 판촉형태가 드러났다. 그림자 영업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제약회사 직원이 의사 옆에 동석하는 것으로, 의사들은 그 보상으로 하루에 350∼500달러를 받았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내보낸 후에 의사와 논의한
생명과 약의 연결고리/김성훈/프로네시스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의사, 올리버 웬들 홈스는 약 처방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어설픈 약의 남용이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 “약물을 모두 바다 속에 가라앉힐 수 있다면 인간에게는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이고 물고기에게는 그보다 불행한 일이 없을 것이다.”서울대 약대 김성훈(50·사진)교수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약은 되도록 먹지 말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제약회사가 들으면 꽤나 섭섭해할 소리지만 김 교수는 목청을 높여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도 신약 개발을 하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약물 남용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약에 대해 용감해요. 잘 모르면서 함부로 쓰고 함부로 먹습니다. 사실 약으로 완치되는 질병은 거의 없는데도 말이죠.”김 교수가 ‘생명과 약의 연결 고리’를 펴낸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일반인들에게 약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약의 개발과 사용 양상은 해당 사회의 과학과 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척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도대체 약이 어떻게 정의되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우리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죠. 약에 대한 무지는
눈물겨운 사연을 담은 의학 다큐멘터리 두 편이 안방극장을 찾는다.MBC ‘닥터스’는 9일 오후 6시50분 ‘막둥이의 소원(사진)’편을 방영한다. 전북 고창에서 낮에는 농사 짓고 밤이면 치킨 배달하는 한귀성(31)씨. 병마와 싸우는 그의 몸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몇년 전부터 급격히 옆으로 휘어지는 허리와 거대하게 부풀어버린 한 쪽 다리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다. 그를 지켜보는 어머니 김춘숙(68)씨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자신이 앓고 있던 신경섬유종이 다른 두 아들은 물론 막내 한씨에게까지 발병했기 때문. 막둥이를 먼저 치료해달라는 형들의 배려로 한씨는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섬유종은 다리뿐 아니라 온 몸 구석구석 퍼져 있었고 특히 척추 뼈까지 녹여가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두면 척추가 완전히 어긋나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어머니를 한 번 업어드리는 게 소원”이라는 한씨는 중추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는 고난도의 수술을 받겠다고 나선다.KBS1 TV ‘현장기록 병원’은 10일 오후 11시30분 ‘스물일곱, 뇌종양 엄마의 마지막 선택’을 방송한다. 가정주부 엄경선씨는 지난해 5월 극심한 두통 때문에 병원을
얼마전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는 전문직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흉부외과 레지던트인 주인공의 일과 사랑을 실감나게 그려낼 수 있었던 이면에는 보조작가 강석훈(35·사진)씨의 노력이 있었다.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던 강씨는 지난 2월 병원에 사표를 냈다.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달파는 사람-영화·드라마 작가’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봉달희’ 끝내고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 중입니다. 의대를 배경으로 한 메디컬 호러 작품인데요, 자문도 해주고 지방 촬영장에도 다니고 있어요. 영상작가 교육원에서 강의도 듣기 때문에 병원일보다 더 바쁘네요.”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배고픈 세계’로 뛰어든 이유는 뭘까. “1992년 대학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다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접했습니다. 필이 꽂혔죠. 24시간 동안 밥도 안먹고 네 작품을 내리 읽어버렸어요.”의대 입학 후에도 예민한 감수성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장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갑갑했어요. 틈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재를 찾기 위해 막노동, 술집서빙, 어린이 뮤지컬 배우 등 아르바
11일 오후 10시50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일제히 ‘간성혼수’가 1위로 올랐다. 간질환으로 초래된 의식불명상태를 뜻하는 의학용어가 난데없이 인터넷을 점령한 까닭은 바로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 때문. 이뿐만 아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명민을 비롯해 장준혁, 상고이유서 등 드라마와 관련된 단어들이 전체 검색어 10위 중 절반을 휩쓸었다.야망을 향해 질주하던 한 천재의사의 삶을 조명한 이 작품은 장준혁 과장이 담도암으로 사망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다. 인터넷에는 근래 최고의 드라마라는 상찬이 넘쳐나고 스페셜 방송을 해달라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디시인사이드 ‘하얀거탑 갤러리’에는 두 달의 방송기간 동안 7만80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같은 의학드라마이면서 비슷한 날짜에 시작했던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3만7000건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드라마 홈페이지 역시 2만7000여건의 의견이 게시됐으며 대부분 ‘명품 드라마’였다는 글들이다.시청자 김형일씨는 “의사인 제 남편, 편하게 돈 잘버는 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사는 친가나 처가도 없다”면서 “10년된 중고차에 1억도 안되는 전세집에 살면서도 아이들
“현실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MBC와 KBS가 새롭게 선보인 의학 다큐멘터리들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생사의 경계에 서 있는 환자와 가족들,그리고 의료진의 모습을 가감없이 비추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것.월요일 저녁시간에 방송되는 MBC ‘닥터스’는 ‘응급실 24’와 ‘미라클’ 두 개의 코너로 구성됐다. ‘응급실 24’는 매일 죽음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의 풍경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녁식사 후 멀쩡히 앉아 있다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온 30대 환자와 그를 살리려는 의사들의 사투. 이어지는 사망선고에 죽을 이유가 없다며 오열하는 가족들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하다. ‘미라클’에서는 절망속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의료진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다뤄진다.지난주 방송분에서는 심장병으로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40대 남자가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특히 뇌사자의 고귀한 희생으로 죽음의 나락에 빠져들던 3명의 환자들을 살리는 과정은 생의 존귀함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