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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①] 코로나 이후 의료체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원장

코로나19는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의료체계를 이루는 제도적 틀을 포함하여 건강 관리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지를 논의해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 위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방임형 시장의 원리만을 따른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 의료 서비스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수도권과 대도시로 의료자원이 집중되어 지역간 의료접근성과 건강수준의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도 해결할 방안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통하여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지 차별없이 필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사회의 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지역별로 살펴본다면, 지역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통계청 최신 자료에서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의 수를 시도별로 분류하면, 2019년 기준으로 전국적 평균이 3.0명, 서울시는 4.4명, 부산과 대구는 3.4명이었고, 경상북도는 2.1명이었다. 의료서비스 제공의 차이는 지역별 건강 격차를 산출하고 이는 수치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2016년 기준으로, 10만명 당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서울에서는 28.3명인데 반해 경남에서는 45.3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서울은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이 3.1분인데 반해 전남은 42.4분으로 차이가 크게 난다. 신생아의 사망률 역시 서울이 천명 당 1.1명인데 비하여 대구는 4.4명으로 지역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에 양질의 의료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는 지역 간 의료이용 불균형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해 발생한 치료 가능한 사망률을 보면, 인구 10만 명 당 서울이 44.6명, 충북이 58.5명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범위를 좁혀서 시군구 수준에서 살펴보면 인구 10만 명 당 치료가능한 사망률이 서울 강남구가 29.6명인데 비하여,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와 같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간, 그리고 서울시 안에서는 강남과 강북 간의 건강불평등이 존재한다. 특히 응급, 외상, 심뇌혈관 등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 의료 분야에서 지역별 건강 수준 격차가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상급병원으로의 이송체계 또한 비수도권 지역에선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이러한 의료 접근성의 차이는 필수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여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협력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시도해볼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의제로 된 공공의료의 확충은 공공병원을 많이 세우는 것에 앞서서 공공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의 뼈대를 세우고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하여 서로가 협력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립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이 지역사회의 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시설과 인력의 지원, 그리고 재정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지방의료원 등 지역책임병원을 지역사회 민간의료기관에 개방형, 공유형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여 민간의료기관의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1,2차 의료기관이 현재의 행위별 수가체계에 기반하여 3차 의료기관과 경쟁하거나 상호간에 경쟁하는 체계에서는 의료비 상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가치기반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지역사회 책임의료를 담당할 주치의제도와 같은 새로운 의료서비스 제공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책임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는 환자와 1대1로 배타적으로 계약하는 형태보다는 여러 전문분야 즉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과와 같은 다빈도 상병과 만성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들이 집단으로 개원한 주치의센터가 환자와 계약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환자의 질병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의 공백없이 주7일 24시간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의 지역사회 주치의의 역할은 질병 관리자의 역할을 넘어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보다 초점을 두는 역할로 바뀌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치의가 개인과 인구 집단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의 요인들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 및 의료의 질 개선을 위하여 의료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적정 수가 보상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서비스 질 평가제도를 강화하고, 평가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의료서비스 질 개선 및 의료시스템 가치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수가제도를 행위별 수가제도에서 가치기반 수가제도로 변화시켜가야 한다.

끝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건강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식과 건강 시스템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서 기술발전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의료를 실현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의 질적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의 표준화와 서비스제공체계에 대한 스마트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주치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대면 건강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으면서 진료의 필요성이 있을 때 대면 진료로 전환하여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의료를 만들어가야 한다. 스마트 의료는 의료서비스의 기술적 향상 만이 아니라 의료체계 및 의료서비스의 발전을 가져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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