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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⑪]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의 조건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의약품 수출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5%안팎의 성장률를 보이며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고, 기술수출은 매해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품목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조원으로,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 규모(약 24조원)와 맞먹는다. 그만큼 블록버스터 하나가 창출해내는 부가가치가 막대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최근 국회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선 초기 연구단계부터 글로벌 임상3상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신약개발 성과는 대부분 기술수출에 그치고 있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산업계에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민간기업이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전폭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의 메가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는 바이오분야에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고, 이중 임상 3상 단계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민간펀드 블랙스톤 역시 후기 임상 설계 및 자금지원을 통해 혁신의약품 개발의 재정적 기반이 되고 있다. 블랙스톤 생명공학펀드(BXLS)는 33년에 걸친 지속적 펀딩으로 지난 2018년 기준, 17개 치료분야에서 93개 약물을 출시하는 실적을 냈다. 
 
국회에서도 메가펀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강병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최근 종합감사에서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기술수출로 11조 6000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제품화 완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R&D 지원이 최대 임상 1, 2상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메가펀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9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3개사가 147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단계별 비중은 ▲선도·후보물질(403건, 27.3%) ▲비임상 397건(26.9%) ▲임상 1상 266건(18.0%) ▲임상 2상 169건(11.4%) ▲임상 3상 116건(7.9%) 순이다. 특히 상업화에 가장 가까운 임상 3상 단계의 후보물질은 지난 2018년 조사 당시보다 274.2% 늘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1500개에 육박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여기에 대규모 자금이 뒷받침된다면 K블록버스터 창출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수 밖에 없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메가펀드 조성과 아울러 정부가 산업계에 투입하는 연구비의 효율적 집행도 요구된다. 그동안 정부 R&D 자금의 대부분은 임상 1상, 2상인 초기 단계 R&D에 집중되어 왔다. 또 대부분이 제품화 완주로 이어갈 수 있는 기업보다는 대학이나 출연연구소 등에 집중되어 기업별 지원액은 초기임상을 수행하기에도 벅찬 수준이었다. 산업계의 지속적인 혁신과 연구개발, 여기에 메가펀드 조성 및 정부자금의 효율적 집행 등 국가차원의 효과적 산업육성정책이 뒷받침될 때 ‘제약강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 본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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