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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⑨] 시험대에 오른 코로나와의 공존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료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독감은 각국을 운항하는 선박의 속도만큼 천천히 북반구를 거쳐 남반구로 진행되었지만, 코로나는 비행기 속도만큼 전 대륙에 걸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백신’과 ‘치료제’라는 두 개의 처방전을 갖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여전히 승전보를 울리지 못하고 있다. 백신 개발로 코로나 확산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돌파 감염’ 앞에 부스터 샷을 다시 맞아야 하는 등 위기가 재생산되고 있다.

코로나로 우리의 의료 체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메르스 때는 병원 내 감염이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아 병원 내 감염을 막기에 주력했다. 한 병실 안에 5~6명의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2~3인용 병실로 입원병상 수를 제한했다. 간병인 등 보호자로 들끓는 병실도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전환토록 하는 성과를 보였다. 

코로나 유행이 우리에게 준 의료체계의 한계를 돌파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라는 두 개의 처방을 밑바탕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내놓고 코로나와 공존을 꾀하고 있다. 주요 생업시설의 방역 조치와 사적 모임 제한 조치를 대폭 완화했지만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코로나19와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와의 공존을 위한 대응방안을 보면 ▲중환자실·입원병상 가동률이 75%를 넘는 경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급증과 같은 위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경우는 일상회복 단계를 잠시 중단하고, ‘비상계획(contigency plan)’을 발동할 계획이다. 

비상계획이 발동되면, 방역패스 확대, 사적모임 제한 강화, 행사 규모·시간제한, 요양병원 등 면회 금지, 종사자 선제검사, 병상 긴급확보 등 일시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진행된다. 일상 회복 과정 중에는 ‘재택치료’가 기본 원칙이 되며, 70세 이상, 노숙인, 정신질환자, 투석환자 등을 제외한 무증상·경증 환자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치료가 진행되게 된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를 채택했던 싱가포르의 환자 급증 상황에 비춰보면 우리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 유행이 2년여 가까이 진행되면서 국내에서도 이미 40만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하고 3,000여명이 사망했다.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최우선 과제가 의료진 확보다. 작년 2월 코로나로 대구·경북지역에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간호사가 부족해지자, 전국의 간호사들이 대거 지원에 나섰다. 이같이 코로나 초기에 간호사들의 응원과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우리가 자랑하는 K-방역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방역당국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필요 인력을 적극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사 인력은 민간 인력 모집이나 공공인력 전환 배치로 확보한다. 간호사는 인력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보건소 인력도 적극적으로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와 공존’은 새로운 의료 체계 실험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코로나 사태이후 달라진 게 별반 없다. 작년 초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은 간호사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했다. 간호사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선 간호법 제정이 필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매년 신규 간호사가 2만여명 배출되는데도, 병원에서 일할 간호사는 그만큼 늘지 않는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간호사들은 탈진되고 소진되어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간호사의 전문성이 단순히 봉사와 희생만을 강조하는데 급급하고, 싼 인건비로 이용할 수 있는 간호사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 의료체계는 마치 고장난 시계처럼 겉돌 수밖에 없다. 간호사 충원을 훨씬 앞지르는 간호사 이탈 현상은 기존 간호사의 근무강도만 높여 다른 간호사까지 응급사직하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K방역의 성공을 자화자찬하며 지금까지의 성과만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 의료대응체계가 가진 한계를 냉철하게 되짚어보고, 지속가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코로나 사망자를 줄이려면 중환자 관리가 주요 과제다. 우리나라는 인구 당 병상 수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환자 병상 수는 태부족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보면, 환자를 중증, 준중증, 중등증으로 나누고 가동 병상(환자)당 간호사 수를 적용키로 했다. 

병상 당 간호사 기준을 보면 중증 병상은 병상당 1.8명, 준중증 병상은 0.9명, 중등도 병상은 0.2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은 이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30∼40% 수준의 간호사만 배치돼 있다. 통계상 병상 수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허상에 불과하다. 병상은 호텔 객실의 베드와 다르다. 간호사가 동반되지 않는 병상은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간호사의 적정한 배치가 이뤄지면 환자의 사망률이 낮아지고, 재입원율도 낮아진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간호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근무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3교대 근무라는 시스템은 야간 근무의 과다로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획일적인 3교대에서 벗어나 2교대 근무제 병행이나 유연근무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4년 간호대 교육’을 받고 ‘8년 병원근무’로 간호사 면허를 장롱면허로 만드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로도 큰 손해이다. 결혼·육아로 병원을 떠난 숙련 간호사들을 되돌아오게 하려면 그에 맞는 근무형태를 제공해야 한다. 

경증환자를 위해선 ‘재택치료’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단순히 코로나 응급 조치의 1회용이 아니라 고령사회에 맞는 재택치료의 새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시스템을 전환할 기회로 삼자는 얘기다. 가정전문간호사, 방문전문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정부가 새롭게 인식하고, 전문성을 활용할 터전과 기회를 제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코로나가 우리의 의료체계를 강타했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한계를 발견하고, 의료체계 혁신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와 공존할 수 있느냐 여부는 의료시스템의 새로운 혁신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주저하고 안주할수록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한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 의료계 혁신이라는 도전을 멈춰서는 안된다.

※ 본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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