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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희귀질환 유전진단 및 상담, 속도보다 원칙이 중요”

매년 200~300개 유전체 정보 최신화돼… 임상 현장서 활용될 가이드라인 제시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희귀질환센터, ‘희귀질환 유전진단 및 상담 101 워크숍’ 개최

희귀질환 발견 및 치료를 위한 유전진단과 유전 상담의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희귀질환센터는 6월 26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제일제당홀에서 ‘2023 희귀질환 워크숍 – 희귀질환 유전진단 및 상담 101’을 개최했다.


정밀의료의 한 축인 유전의학에 대한 임상 현장의 관심은 작지 않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400여 명 가까이 참가를 신청했으며, 워크숍이 종료되는 시점에도 온라인으로 150여 명 가량이 참여했다.

서울대병원 채종희 희귀질환센터장은 개회사에서 “희귀질환은 80%가 유전체와 관련돼 있다. 오늘은 유전체 검사, 유전 상담과 관련된 최신 지식을 나누고, 실제 진료실에서 사용되는 NGS 검사의 해석, 유전 상담의 원칙 등을 사례 중심으로 공유하고 토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체 지식은 1년이 다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매년 200~300개 유전자와 질환과의 관계가 새롭게 밝혀진다. 오늘 워크숍 내용은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준비했으며 전체적인 시각에서 발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는 2021년에 정밀의료센터와 희귀질환센터를 포괄해 신설됐으며, 유전체 의학 및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를 실현하고 있다. 2022년 환자와 가족을 위한 온라인 강의와 ‘희귀질환 심포지엄’ 개최에 이어 올해에는 워크숍을 개최하게 됐다. 

워크숍은 2개의 세션으로 진행됐으며 채종희 희귀질환센터장이 좌장을 맡았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희귀질환 유전진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두 번째 세션에서는 ‘희귀질환 유전상담’의 원칙과 실례, ‘서울대병원 방문 희귀질환자의 진단방랑경향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부 세션에서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김만진, 고정민, 윤지훈 교수는 각각 ▲희귀질환 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 선택의 중요성, ▲NGS 해석방법 및 추가 검사의 필요성, ▲유전 진단 후 가족 검사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임상유전체의학과 김만진 교수는 “적절한 유전자 검사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NGS 데이터도 완전하지 않으며, NGS 검사에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많이 있다. NGS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외에도 많은 검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고정민 교수는 유전질환 판별의 근간이 되는 2015년 발표된 ACMG/AMP 가이드라인에 따라 질환을 판별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고정민 교수는 “보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가족 검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희귀질환 진단 사례에서 9개 랩의 불일치율이 11.7~21%에 이르기도 하니 결과 확인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상유전체의학과 윤지훈 교수는 “가족 검사는 변종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 또는 가족 구성원의 임신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진행된다. 이때 환자와 부모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에게 검사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동의 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유전 진단을 위해서는 변이 결과와 임상 소견을 맞춰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2부 세션에서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성인, 소아질환 그리고 암 치료에 있어서 희귀질환 유전상담의 원칙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문장섭, 김수연, 김시현 교수가 발표했다.

유전 상담이란 유전적 기여가 미치는 질병의 의학적,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고 환자와 가족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서, 해석, 교육, 상담의 3가지 과정을 거친다.

문장섭 교수는 “유전 상담은 세대별로 순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치료법이 없는 유전질환은 미성년자에게 검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성인이 돼 본인이 충분히 숙고하고 진행해야 한다. 의료진도 검사 대상자에게 연쇄검진을 시행하기 전 양성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현 교수는 “부적절한 검사 진행 시 정확하지 않은 검사 결과로부터 불필요한 걱정이나 잘못된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 정확한 상담을 위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하며, 유전 상담은 특정 시점에서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가 ‘서울대병원 소아희귀질환자 대상 진단방랑 경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단방랑은 희귀질환자가 진단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상황을 말한다.

권용진 교수는 “취약계층 지원 활동을 10년째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채종희 교수에게 진료받은 소아희귀질환자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며 “한 사람당 상담하는데 보통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큐어(치료)보다 케어(돌봄)가 필요한 환자가 많다. 최첨단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가족들의 짐과 환자들의 삶을 어떻게 편안하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발표 내용 중 서울대병원의 경우 2022년 기준 전체 외래환자의 10.68%가 희귀질환 진단명을 갖고 있고, 희귀질환 진료에 참여하는 교수가 410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는 서울대병원에서 많은 희귀질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의미와 함께 그만큼 희귀질환을 가진 환자가 여러 진료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진단방랑’의 의미도 된다. 거주지 등으로 인해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권 교수는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은 질환의 희소성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다. 이번 논문을 위해 환아 101명의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가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54명으로 나타났으며 정신적으로 힘들어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권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질환에 대한 최신정보 제공을 위해 주치의와 상담 시간을 충분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한 시간연동 진찰료제도의 도입을 제언한다. 또 부모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정신적 지지체계 마련, 희귀질환 아동 비급여 재활치료 실태조사, 장애 아동 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채종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아는 병에 대한 진단방랑은 채 2년이 안되며 세계 어느 곳에 비해 나쁘지 않다. 다만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질환의 유전 상담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돌봄에 대한 심리 상담 등의 부분들까지도 실제로 정책에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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