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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성범죄의료인 면허규제, 환자-의료인 의견 팽팽

중대한 성법죄 규제엔 상호 공감…가벼운 처벌엔 엇갈려

환자단체와 전의총이 성범죄의료인 취업·면허 제한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실효성 문제와 도덕성 문제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15일 경향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범죄 의료인 취업·면허제한, 과연 과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체 노출과 접촉이 많은 의료 환경 특성상 벌금형이라도 형사 처벌을 받았다면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는 "강간, 준강간 등 중대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벌금형 등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을 경우 의료인 취업·면허 제한 10년은 너무 가혹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진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개정안으로 의사들은 위축 진료, 방어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면서 “환자를 정말 위한다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진들이 환자들에게 성추행 등 의도하지 않은 성범죄로 오인 받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안기종 대표는 “우리나라다보다 더 발달된 외국의 경우 돈에 대한 문제가 아닌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로 인식해 환자를 배려하고, 효율성도 높인다는 차원에서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사전고지가 우리나라 의사들에겐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의사가 비윤리적이거나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면서 ”진료 수가를 제대로 인정받아 하루에 5명 환자를 상대하는 외국 의사들럼 국내 의사들도 그렇게 한다면 국내 의원은 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국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열악한 문제 때문에 사전고지를 못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제도적인 문제“라고 맞섰다.

이에 안기종 대표는 “외국 의사들은 사전고지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돈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라면서 “돈을 떠나 환자의 인권을 지켜줘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개정안의 법적 실효성 여부도 크게 논의됐다.

박종욱 변호사(법무법인 로엠)는 "개정안을 보면 만약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경우 퇴직 권유, 불이행시 과태료 정도의 제재밖에 마련돼 있지 않을 정도로 고민 없이 만들어진 법"이라면서 "성범죄의 범위도 상당히 넓게 규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인줄 모르고 성매수 행위를 했다와 미성년자를 강간한 행위를 똑같이 평가할 수 있나. 또 음란물 대여행위와 강간 문제를 똑같이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이 법은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인 경우 적용되고, 실제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성범죄는 어렵고 발생했더라도 확정판결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극소수”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 확정판결에 도달한 경우에 이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인 진료행위를 고소한다면 '무고죄'에 해당한다”면서 “오히려 성범죄 경력을 숨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환자들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좌장을 맡은 서울의대 의료정책학교실 권용진 교수는 "의사단체와 환자단체가 얼굴을 맞대고 대안을 찾는 첫 자리였다는 점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법안의 취지에는 양측 모두 공감하기 때문에 서로 논의를 이어간다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