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총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비롯한 정부의 의료분야 규제기요틴 과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2월 28일 개최한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서 확정한 규제기요틴 과제가 의료계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중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과제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극한 대립을 불러왔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규제개혁 과제로 선정된 ‘원격의료 허용’을 비롯한 의료분야 규제기요틴이 “오로지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관합동회의에 참여한 8개 민간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연합회, 무역협회, 벤처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모두 경제단체 일색으로 채워졌다.
정부는 이들 단체들로부터 규제기요틴 과제를 접수 받아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총은 “반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단 한 곳도 없고, 의료계와 규제기요틴과 관련한 그 어떠한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규제기요틴에 선정된 과제들은 투자·일자리 창출·미래산업·기업혁신 유발, 시장진입 저해 개선, 기업부담 완화 개선 등이다.
모두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만 있을 뿐, 국민건강과 의료의 본질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증대와 내수침체 장기화 우려라는 대내외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범정부적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 경제단체의 건의에 대해 ‘규제기요틴’ 방식을 적용해 전향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원격의료 허용을 건의한 인물 역시 모 유헬스 기업의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경제분야 수용과제 중 시장진입 저해 개선과제로 분류된 것을 보더라도 규제개혁이 대기업의 의료분야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살뜰한 배려’임을 알 수 있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현재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으로 디지털 엑스레이, 혈액검사기를 선보이고 있고, 자회사 삼성메디슨이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제조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전의총은 “결국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분야의 모든 규제기요틴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 대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챙겨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또 “의료분야의 규제기요틴 과제들은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 단기간에 혁파돼야 할 나쁜 규제들”이라고 밝힌 정부의 규제애 대한 시각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전문적 판독이 필요하지 않은 일부 안과장비를 제외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거듭 판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불허는 ‘혁파돼야 할 나쁜 규제’가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착한 규제’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전의총은 의료분야 규제기요틴에 대해 “정부가 세월호 대참사의 교훈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령제한을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등 정부의 과도한 규제완화로 유발된 세월호 사태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규제기요틴 역시 의료계나 국민들의 의견은 전혀 무시한 채 대기업의 시장진입에 저해가 되는 요소들이라면 모두 철폐돼야 할 규제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의총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오진 가능성을 높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의사는 한의사일 뿐이지 절대 의사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단적인 예로 한의사협회가 해외에 진출하려고 할 때 유독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부분이 “한의사에게 의사자격을 인정해달라”는 것인데, 이는 “의사(MD)가 아닌 사람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나라가 그 어느 곳에도 없음을 한의사협회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사가 현대의학 발전의 산물인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것 역시 의료법상 의료인 종별 분류의 근본 목적을 부정하는 것이자 한의학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전의총은 “정부에 의료분야 규제기요틴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 “규제기요틴을 기요틴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전의총은 “우리나라 의료계는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저수가로 인해 빈사상태에 빠져 있던 의료기기마저 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가 진정 의료에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의사들에게 정당한 수가를 보장해달라”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