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치료하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반문명적 행위에 다름없다.”
김필건 한의사협회 회장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을 겨냥해 불만을 쏟아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가양동 협회회관에서 제60회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한 바 있는 김필건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제가 단식한 이유는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명사회에 반하는 반문명적 행위를 처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반문명적행위’는 다름 아닌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말한다.
김필건 회장은 “인류문명은 도구개발과 활용을 통해서 발전했다”며 “그런데 병을 치료하는 의료인인 한의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치료를 위한 도구를 쓰지 말라고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2015년 대한민국 백주대낮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반문명적 행위에 다름없다”면서 “반문명적행위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단식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할 당시에도 정부와 국회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필건 회장은 “단식 13일차에 돌입했을 당시 만해도 한의사 의료기기 문제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서 “그 때 김정록 의원과 남윤인순 의원, 최동익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거론해 제가 단식을 멈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여야의원들이 한의사협회장 단식 문제를 지적하고 복지부에 해결을 촉구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단식 중인 김필건 회장을 방문하고 복지위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필건 회장은 김정록, 남윤인순, 최동익 의원에 대해 “한의협 입장에서 너무나 감사하고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필건 회장은 “한의사들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의생으로 격하되어 그전에는 한의사가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닥터(docter)가 의사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한 “1945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 50년이 넘도록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한방을 관리하는 부서가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할 정도로 철저히 소외돼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더 나아가 “심지어는 최근에는 복지부 의료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이 ‘한의사는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쓸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면서 “이는 정부가 우리 한의계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연설 도중 감정에 복받친 듯 “복지부 실장이 의료인에게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소리치면서 “그럼에도 복지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의계에 사과한 적이 없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끝으로 김필건 회장은 “저는 복지부도 의사협회도 두렵지 않다. 필요하다면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잘못된 행태를 개선하겠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우리 한의계가 분열되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하나로 똘똘 뭉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