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사진, 안전행정위원회)이 ‘처방전 리필제 법안’을 발의한 지 일주일 만에 수정을 요청했다.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특별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폐쇄된 의료기관 만성질환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처방전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8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자가 병의원에서 진료 및 처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약사가 환자의 의약품 복용 개인 이력에 따라 동일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발의로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박 의원은 자진해서 해당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박인숙 의원은 25일 오후 메르스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직접 찾아 해당 조문을 삭제하고 심사에서 제외할 것을 법안소위 소속 의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복지위 법안소위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박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률 개정안 중 해당 내용을 담고 있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3항을 삭제 조치했다.
박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의원이 직접 메르스로 폐쇄된 일선 병원을 방문해 실제로 약을 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환자들을 만나본 결과 지금 상황에서 ‘처방전 리필제’가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당초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의사 출신으로 국회 메르스대책 특위 소속인 박 의원은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실제로 보건소, 병원, 소방서, 경찰청 등 메르스 사태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일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살핀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메르스로 인해 다니던 병원이 폐쇄되어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된 만성질환자들이 매일 복용해야 하는 의약품이 떨어지고 약을 구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
박 의원실 관계자는 “하지만 박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자 실제 의도와 달리 의료계가 이를 의사의 처방권을 완전히 무너트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강력히 항의함에 따라 오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법안 수정 배경을 밝혔다.
그는 향후 법안 발의 재추진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시 한번 종합적인 의견을 수렴해 해당 법안 필요성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인숙 의원이 ‘처방전 리필제 법안’을 발의하자 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의원협회 등 의료계는 “우리나라처럼 의료접근성이 용이한 나라에서 동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의사의 처방권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의료왜곡을 부채질하는 악법”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대한의원협회는 “비록 감염병에 의해 휴원하는 경우라도, 환자 주변의 병의원을 방문해 의사의 진료를 받거나 현 의료법에 따라 의사-의사간 원격의료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의료계는 특히 의사 출신인 박인숙 의원이 약사들의 숙원사업이자 의사들이 강력히 반대해온 ‘처방전 리필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 대해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협회, 전의총 등은 “의사 출신, 그것도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국회의원이 의사의 처방권을 무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를 보이며 “만약 철회하지 않으면 박 의원에 대한 의료계의 지지를 완전히 철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