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상임이사 수를 11명에서 10명에서 줄이는 내용의 건보법 개정안이 법안소위 심사를 앞둔 가운데 의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의약단체들은 의료공급자 대표 이사를 줄일 경우 이사 구조의 균형이 훼손되고 의료공급자대표의 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건보법 개정안은 26일 법안소위 첫 날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복지위 사정으로 27일 심사로 연기됐다.
현행법상 심평원의 상임이사 수는 4명으로 이사회 내의 이사 수는 총 16인(원장, 상임이사 4인, 비상임이사 10인)이다.
이는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이사회의 이사 수를 15인 이하(기관장 포함)로 규정한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김상훈 의원이 발의한 건보법 개정안은 이를 해결해 현행 건보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심평원 상임이사 수를 4인으로 확보하려는 취지이다.
현재 실무적으로 심평원 상임이사는 기획상임이사, 개발상임이사, 업무상임이사 등 3인이다. 추후 심평원은 업무이사 자리를 심사이사와 평가이사로 구분해 1인 증원하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 복지위는 업무이사가 총괄하고 있는 심사업무와 평가업무를 분리해 심사이사와 평가이사를 신설하는 것을 전제로 심평원 상임이사를 1인 증원하는 내용의 건보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으며, 이 개정안은 올해 1월 본회의에서 의결돼 지난 2월 3일부터 효력을 가지게 됐다.
다만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조치가 단순히 법률상 불비사항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심평원 업무의 공정성·적정성 확보를 위한 외부통제 장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전문위원실은 비상임이사 감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 증원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위원실은 “심평원 상임이사 증원시 조직개편안을 보면 평가이사 소속 5개 실 중 평가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부서는 2개실(평가1실, 평가2실)에 해당된다”며 “의료자원실·포괄수가실·분류체계실의 경우 건강보험 및 의료정책 개발·지원의 성격이 강해 현행과 같이 개발상임이사의 소관 업무로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상임이사(개발이사, 업무이사)의 업무가 과중하다면 비상임이사를 축소하면서까지 별도의 임원을 신설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본부장 직제를 신설해 정보화사업 등 별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 별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대안적인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전문의원실은 의약단체가 반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과 같이 의료공급자대표 5인을 4인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현재 심평원 비상임이사 구조의 균형이 훼손되고 심평원 운영에 있어서 의료공급자대표의 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비상임이사 조정의 방향에 대한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간의 합의된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의약단체들은 의료공급자대표 이사 감축을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검토의견을 보면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와 적정성 평가를 위한 매우 전문적인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실제 의약관계단체 비상임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각 의약단체는 개별 전문성이 상이해 실제 5인에서 4인으로 이사가 축소될 경우 내부합의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제외되는 직능의 심사와 적정성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는 “개정안은 심평원의 설립과 비상임이사 구성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정부와 공단의 이사회 참여로 인한 중복, 심평원 업무에 대한 독립성, 공단 이사회에 심평원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의약관계단체와 소비자 등의 위원은 현행유지하고 공단 추천 위원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대한약사회는 “상임이사 수 증원에 따라 불가피하게 비상임이사 수를 조정하는 부분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의약관계단체가 추천하는 인원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인원 구성에 있어 의약 전문가 단체가 추천하는 인사가 균형있게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심평원의 상임이사를 증원하기 위해 비상임이사 인원을 축소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방향”이라며 “특히 비상임이사 1명 축소 대상을 의약관계단체 추천인으로 정한 것에 대한 합당한 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임원 인원 조정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요양급여의 심사 및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심평원 설립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전문가단체인 의약관계단체 인원을 축소시키기 보다는 비전문가인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소비자단체 및 농어업인단체에서 추천하는 인원을 축소시켜야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심평원 조직 개편 및 이사회 구성의 변화를 불러올 건보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