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한계 의료법인에게도 퇴로, 즉 해산을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대한병원협회 계간지 가을호 ‘한계 의료법인 퇴출기전 마련’을 기고한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가 이같이 제안했다.
한계 의료법인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사립학교법처럼 해산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인수 합병에 대해서도 영리화가 아닌 퇴로에 관한 시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먼저 사립학교법 사례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학교법인은 취학인구 감소세에 따라 자연적으로 경영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국회는 이러한 학교의 과잉현상을 법 개정으로 대처했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해산 시 학교법인이 ‘정관에서 지정한 자’에게 잔여재산을 귀속시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합병규정을 마련하여 자발적 합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의료법인의 잔여재산 귀속의 문제는 법 개정사안이라고 하기 보다는 정관개정에 대한 주무관청의 허가 여부에 관한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다. 정부의 결단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사립학교법처럼 의료법에 그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이어 영리화문제가 아닌 퇴로에 관한 문제로 관점을 달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인 인수합병제도가 논의의 탁자위에 오르면 당연히 불필요한 의료의 영리화 논쟁이 또 다시 유발될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의료에 관한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한계’ 의료법인의 퇴로에 관한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계 의료법인의 퇴로는 ▲인수합병의 주체 ▲고용과 채무 승계 ▲보건복지부 주관의 공개적 공모 등으로 모두 공익적 측면에서 진행돼야 함을 특히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적인 합병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의료영리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합병의 주체나 그 대상을 ‘한계 의료법인’으로 제한해야 한다. 한계(부실) 의료법인과 정상 의료법인 간의 합병만을 허용하는 것으로 제도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시점에 있어서는 한계(부실) 의료법인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기 이전에 고용과 채무 승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병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해고와 채무 탕감을 목적으로 법원을 통해 고의적 회생절차를 악용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회생신청 이전에 보건복지부의 허가나 승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합병 요청과 이에 따른 허가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현재 주무관청인 시도지사 등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계 의료법인의 합병신청이 있는 때에는 보건복지부는 공개적으로 공모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합병공모 시 신청자는 의료영리화 논쟁을 막기 위해 의료법인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한계 의료법인의 퇴로를 확보해줘야 할 당위성도 강조했다.
현재 제도에서는 한계 의료법인의 퇴로가 막혀 있어 ▲회생·파산 선택 ▲사무장병원 ▲고사(枯死)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한계 의료법인이 법원의 회생절차를 의도적으로 악용해 회생계획안 인가 과정에서 인원 감축이나 채무탕감으로 병원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채권자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믄제가 있다. 더 문제는 아예 법인을 파산시킨 후 기존의 채무를 정리하고, 의료시설만 새로운 경영진에게 인도하여 다시 병원으로 개원하는 편법적으고, 비도덕적인 선택도 비록 소수이지만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사무장이 한계 의료법인 이사장에게 법인 면허대여료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고, 의료법인 분사무소 병원을 개설해 이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합법을 가장하는 사례도 있다. 사실상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단 등의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는 사기범죄 사례가 해마다 언론에 나온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범법자까지 되지는 않는다 해도 정상적인 퇴출 구조가 없는 이상, 한계 의료법인이 파산될 때까지 고사(枯死)하게 돼 환자는 강제로 퇴원 당하고, 병원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게 되며, 거래 의약품 도매상이나 제약회사 등 채권자는 피해를 입게 되는 등 연쇄적인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