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국민질환인 ‘고협압’. 1998년 이후 인지도와 치료율, 조절률이 크게 향상되며 유병률의 급격한 증가를 막는 일에는 성공한 듯 보이나, 실상은 고령화로 인해 환자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노인이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수도 함께 증가 추세에 있어 이들에 대한 맞춤형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3일 2017년 대한고혈압학회 제47회 추계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고혈압 환자들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팩트 시트(Fact Sheet)를 발표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관리를 통한 국민건강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내 고혈압의 유병 및 관리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Korean Hypertension Fact Sheet’을 만들고 있다.
이날 발표된 자료는 1998~2015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및 기 발표된 논문, 학회 발표자료 등을 기반으로 작성된 결과로 해당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고혈압 유병률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30세 이상에서 2015년 기준 남성은 32.7%, 여성은 23.1%로 변화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10년에 1% 정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고혈압역학연구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중간 결과를 살펴보면, 2000년 초반 약 8백만 명이던 고혈압 환자수는 고령화의 진행으로 인해 2016년 약 1,180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들 고혈압 추정 환자 중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16년 기준 약 890만 명으로, 여기에 치료로 인한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 환자는 610만 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본인이 고혈압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적절한 치료관리를 받지 않는 환자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학회가 강조한 국내 고혈압 환자의 특징으로는 고령화에 따라 노인 고혈압 환자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65세 이상 인구가 4백만명을 넘어 전체 고혈압 환자의 39%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고혈압 환자의 대부분이 비만, 당뇨병, 공복혈당장애, 이상지혈증, 심뇌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등의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동반질환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고혈압 유병자의 65%가 1개 이상, 44%가 2개 이상의 다른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고령의 고혈압 환자일수록 다수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노인 고혈압 환자의 종합적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
또한 젊은 고혈압 환자 인지율 및 치료율 향상을 위한 대책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고혈압 관리 상태는 향상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젊은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았거나(미인지율),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는(미치료율) 경우가 많아, 젊은 고혈압 환자들의 적극적인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날 발표를 통해 “고혈압 치료 성공률은 성별, 연령, 사회경제적 특성, 동반질환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대상인구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전략을 세우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는 기자간담회 외에도 추계학술대회에서 ‘Korean Hypertension Fact Sheet 중간 발표’ 세션을 마련해 고혈압 유병 및 관리 현황, 진단 받은 고혈압 환자에서 치료제 복용 현황, 고혈압 및 관련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에 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첫 연자인 원광의대 이영훈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및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고혈압 유병 및 관리 현황을 발표하였다. 이영훈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고혈압 유병인구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에 천만 명을 넘었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 고혈압 인구가 4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3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는 고혈압을 가지고 있어도 대부분 본인이 고혈압인 것을 모르기 때문에 고혈압의 인지율과 치료율이 매우 낮으며, 농촌지역 주민이나 저소득계층일수록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도 낮은 경향을 보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김현창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난 15년간 고혈압을 진단 받고 고혈압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김현창 교수는 “2016년 기준 전체 고혈압 유병자 중에 약 280만 명이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았으며, 고혈압 진단을 받은 890만 명 중에서도 약 280만 명이 고혈압 치료제를 충분히 복용하지 않고 있어서 고혈압 관리 수준을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가 “고혈압 및 관련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직접비용 8조 8,500억 원, 간접비용 4조 6,500억 원 규모로 연간 총 1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고혈압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마지막으로 연세대학교 이승원 박사는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하는 210개 의료기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확한 고혈압 조기진단을 위해 고혈압 검진에 사용되는 장비와 환경 등을 개선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해당 세션에서는 정체된 고혈압 관리지표 수준을 더 개선하기 위하여서는 대상 인구집단 특성에 맞는 맞춤 전략을 개발하고, 고혈압 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젊은 고혈압 환자들이 적극적 관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개진됐다.